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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p y r i g h t ⓒ J o a/이런저런 리뷰

[영화] 어딘가 불편한 영화, "더 로드"

by Joa. 2010. 1. 8.
더 로드 The Road (2009)
스릴러, SF, 드라마 | 미국 | 111 분 | http://www.the-road.co.kr/index.htm 
감독 존 힐코트

Joa의 한줄평 | 미치도록 지루하거나 미치도록 감동적이거나.

전세계적 베스트셀러에다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소설 <더 로드>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이번 작품은, 따라서 스토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었다.
칙칙하고 무거운 느낌의 포스터는 덕분에 감히 성서에 비견되는 원작이라거나 전세계를 사로잡은 인류 마지막사랑이라는 꽤 훌륭한 카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꺼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단 하나, 원작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이 영화를 기대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니 대체 어떻기에? 라는 호기심이 컸다고 하겠다.
무비로거 자격으로 시사회를 보고 온 만큼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싶지만, <더 로드>는 참 씁쓸한 느낌 밖에 들지 않으니 어딘가 불편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와 사실적인 묘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한 진한 부성애와 휴머니티라는 주제- 이런 부분은 칭찬받을만했다. 그럼에도 불편했던 몇 가지 이유를 밝힌다.

   불편한 이유 첫 번째: 친절하지 않은 구성  


영화의 시작은 색색의 꽃이 만발하고 새가 지저귀는 평화로운 가정이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창 밖은 불에 타오르고 남편은 일어나 샤워기의 물을 틀어댄다. 불이라도 난건가? 생각할 무렵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더니 잿빛의 음울한 세상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버지와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종잡을 수 없게끔 갑작스러운 화면전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구성이야 <더 로드>가 처음은 아니지만 영화를 따라가는 것이 버거울 정도였다.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관객들은 지구가 망가지고 인류가 죽음을 맞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저 영화를 보면서 환경문제였겠거니- 추측해볼 뿐. 밑도 끝도 없는 이런 전개가 어이없었던 것은 나 뿐이었을까?

또한, 중간중간 주인공인 아버지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소년이 태어나게 되던 상황과 주인공 가족이 행복했던 시절(남편과 아내의 모습)이 나오는데 고통스러운 현실과 대비되는 효과만큼은 강렬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생뚱맞은 기분이었다.

   불편한 이유 두 번째: 다소 밋밋한 스토리와 영상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계, 나무는 쓰러지고 사람들은 죽었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 먹을 것과 기름을 구해 카트에 싣고 조금 더 따뜻한 남쪽을 향해 기약없이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긴 여정이 큰 줄거리이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 사라진지 오래인 살아남은 자들은 급기야 사람을 사냥하기에 이르는데 주인공 부자(父子)는 그들의 공격을 피해다니며 착한 사람답게 살기를 약속한다.

사람사냥꾼이 등장하고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는 몇몇 에피소드는 얼마 없는 이 영화의 임팩트라고 할 수 있겠으나, 영화를 끌어가기 위해서 주인공은 죽지 않을거라는 기본 전제도 있고 전체적으로 영화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밋밋했다.
자신을 희생해 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의 진한 부성애와 힘든 와중에도 순수한 소년의 휴머니티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무던하게 흐르다 보니 다른 영화에 비해 짧은 런닝타임인데도 따분했다.

스토리가 그렇다면 영상이나 음악이 웅장하거나 화려해서 받쳐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더 로드>는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추었던 건지 그저 음울할 뿐이다. 차분하다 못해 우울함으로 가득찬 음악과 영상은 영화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추천하라고 한다면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배우의 연기에 있다. <반지의 제왕> 아라곤으로 유명한 비고 모르텐슨과 소년으로 출연한 코디 스미스 맥피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줬다. <더 로드>를 인상깊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이 두 배우의 힘이다. <더 로드>는 배경 묘사도 그렇고 리얼리티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리고 그 어딘가에 이 부자가 살고있을 것 같은 모습이 그려졌다.

심지어 <터미네이터4>에서 기계가 심장을 내어주었을 때도 눈물을 못 참던 내가 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그려낸 이 영화를 보며 아무 감흥이 없었던 것은 <2012>, <아바타>, <더 로드>까지 지구의 종말을 예견하는 영화를 계속해서 본 탓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앞선 두 영화가 놀라운 영상과 화려한 CG를 보여준 것에 비해 <더 로드>는 너무나 담담하게 그리고 훨씬 묵직하게 종말과 살아남은 자들을 그려내다보니 그 암울함을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 영화는 Joa의 한줄평처럼 평이 반반으로 갈릴 것 같다. 배우의 연기와 진한 부성애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겠고, 나처럼 우울함을 못견디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리뷰를 마치면서 과연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평을 내릴지- 그리고 원작은 어땠는지가 새삼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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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리뷰는 Daum 무비로거 리뷰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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