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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새벽 네다섯시에 딱 어울리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by Joa. 2009. 4. 18.
새벽 네다섯시, 창문을 열면 가슴 가득히 차가운 겨울공기가 밀려온다.
이 시간, 모두 잠들고 나 혼자 살아있는 느낌.
거기서 오는 묘한 외로움과 아이러니하게도 충만한 생동감.
그 새벽에 딱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
숨겨진 사랑 이라는 아카시아의 꽃말에 너무 잘 어울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예전에 미니홈피에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곡들을 소개하면서 적은 글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솔직히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선 조금은 생각이 바뀐 것 같다 :-)
마냥 조용하고, 마냥 차분한 밴드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리얼 주크박스 공연에서 4집 녹음 곡들을 들어보니 그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보컬 송은지님의 빨간 원피스와 리더인 민홍님의 청록색 가디건이 너무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하나의 멘트도 없이 한시간동안 계속해서 이어진 그들의 연주와 노래에 한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민홍님의 기타 연주. 와, 저렇게까지 연주할 수 있구나! 라고 느낄만큼 격정적인 연주를 들려주셨다.
그동안의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느낌을 바꾸어버리는데 민홍님의 연주도 큰 몫을 했다는.


소아밴의 노래는 주로 송은지님이 부르고, 민홍님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담당한다. 물론 노래도 한다.
이번 4집 녹음곡에서는 민홍님의 노래가 꽤 늘어났다. 은지님의 목소리도 좋지만, 민홍님 목소리도 매력적이라는.


공연하는 내내 멤버들 사이의 눈빛이나 분위기에서 서로를 많이 믿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벌써 4집을 준비하고 있고, 요조와의 프로젝트 앨범도 냈었고, 그리고 홍대에서는 이미 제법 탄탄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으니.. 공중파에만 나오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소아밴은 그들의 영역을 자리잡은 중견 밴드나 다름 없다.


공연하는 도중에 기타의 오른쪽에 연결된 어깨끈이 떨어져 기타를 떨어뜨릴뻔 했다.
그 순간 기타를 쥐고 연주를 끊지 않은 채로 바로 자리에 앉아 연주를 계속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당황한 순간의 노래는 드러머가 이어가고, 관객들은 환호로 응답하고. 진정 쿨 가이!


보컬 송은지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So good bye를 들으면 은지님 목소리에 매료되고 만다는.
미소가 정말 아름다우시다. 어떻게 생각하면 공연인데, 이렇게 수수해도 되는 거야? 싶을 정도로 편안한 스타일인데 그래서 오히려 노래에 빠져들게 되더라.




이 날 공연의 분위기메이커는 이 드러머님이었다. 파워풀한 드럼 공연, 적재 적소에서 터졌던 몇 마디와 표정.
다소 무난하게 흘러갈 뻔 했던 공연에 재미를 넣어주셨던 분.


다양한 CF에 삽입되면서 더 유명해진 소규모아카시아밴드. 후크송으로 대표되는 요즘의 노래들에 질린 사람들에겐 소아밴의 음악이 딱이다. 기계음이 아닌 편안한 멜로디와 감미로운 목소리가 지친 당신의 귀를 쉬게 해줄 듯.

그동안 조금씩 변화해왔지만, 그래도 서정적이면서 몽롱한, 어딘가 우울한 느낌을 놓지 않았던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4집은 좀 더 리드미컬하고 흥겨워질 것 같다. 절로 고개를 까딱까딱하고 발로 리듬을 맞추게 하는 곡이 많았다. 공연을 위해 편곡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점점 그들만의 느낌을 만들어가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몽환적인 목소리가 10대를 사로잡고, 서정적인 가사가 20대를 사로잡고, 포크음악의 느낌이 30대를 사로잡고.. 어떤 세대에도 어울릴 수 있는 참 좋은 밴드.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반, 나 혼자만 알고 싶은 마음이 반인 아끼는 뮤지션.
4집이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참고) 2008년 10월 2일, 네이버 이주의 음반에 선정된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일곱날들> 관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