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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짜릿한 반전을 즐겨라!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by Joa. 2009. 5. 6.
3,4월동안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 이어 이번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소개한다.
미야베 미유키와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소설은 거의 섭렵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고르게 좋은 작품을 쓰기가 쉽지 않을텐데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장르는 미스테리로, 그의 소설 최대 장점은 뛰어난 반전의 묘미이다.
미스테리 장르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반전인데,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예측불가능한 반전을 준비해놓고 있어 작가의 뛰어난 실력에 깜짝 놀라게 된다. 뭐, 그것도 그의 소설을 계속해 읽다보니 조금 감이 오긴 하더라만 ;-)

오늘 소개하는 4권의 책은(왼쪽 사이드바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1권으로 된 장편소설이다.
비교적 양이 방대한 책도 있지만(방황하는 칼날), 워낙에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재미있다 보니 술술 읽힌다.

1. 용의자 X의 헌신

얼마전 국내에서도 영화로 개봉되었고, 제 134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
비록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책 중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전직 호스티스였던 여자가 그의 전남편을 살해한다. 그리고 그 살인사건을 알게 된 옆방의 천재 수학교사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살인사건을 완전범죄로 만들어 덮어주고자 한다. 천재적이고 논리적인 두뇌를 가진 수학자 때문에 사건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 경찰의 고문역할을 맡고 있으며 수학교사와는 동기였던 천재 물리학자가 사건 해결에 참여하면서 서로 쫓고 쫓기는 입장이 된다. 사건을 덮으려는 교사와 파헤치려는 물리학자. 그들의 두뇌싸움.
이러한 큰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한 번 책을 손에 쥐면 끝을 보게끔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처음부터 살인자를 알려주기에 누가 범인인지를 고민할 필요 없이 우린 어떻게 그것을 숨기는지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데, 결말에 가서는 그가 준비한 반전에 또 다시 깜짝 놀란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지만, 한편으로 또 다른 의미의 연애소설이다. '헌신'이라는 말을 어떤 때 써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천재 수학교사의 헌신적인 사랑에 감동까지 느껴질 정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책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는 책이다.

2. 방황하는 칼날

무려 544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 때문에 선뜻 집어들 수 없었던 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이 없어서 결국 빌려보았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어버렸다.
소년법(우리나라로 따지면 미성년자 관련 법률이랄까?)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뭐가 선이고 과연 뭐가 악인지 고민이 되었다.
가이지와 아쓰야는 불량청소년이다. 어린 나이라는 이유로 범죄를 저질러도 크게 처벌받지 않는 소년법을 악용하여 성폭행을 일삼다가 결국 나가미네의 딸, 에미를 살해하게 된다. 나가미네는 익명의 제보자을 통해 그들의 범행사실을 알게 되고 스스로 그들을 처벌하기로 결심한다.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단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갱생의 시간을 주겠다는 이유로, 성인보다는 유한 처벌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조치는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법 집행과 인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설 속 경찰의 입장은 우리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우리는 법 집행관이 아니므로 나가미네를 응원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듯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심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직접 책을 읽고 판단해보길 바란다.

3. 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제목에 꽤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이 책은 더욱 그렇다.
중학생 아들 나오미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숨기기 위한 한 가정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방에 쳐박혀 게임을 하고 있는 못난 아들과 그런 아들이 못마땅하지만 결국 아들을 감싸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가장, 그리고 아들이라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오냐오냐 해버리는 아내. 그들은 결국 치매에 걸린 노모에게 살인사건을 덮어씌운다. 참 못났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 가족.
결국 사실은 밝혀지고, 어랏! 하고 놀라게 되는 반전이 기다린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왠지 씁쓸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우리는 왜 어머니들에게 무한한 희생을 강요하는 건지, 우리들의 이기심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된다.
아키오의 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신참형사 마쓰미야와 가가 교이치로의 이야기가 얼기설기 얽혀 진행된다.
굳이 형사들의 이야기가 들어가야만 했는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는 한다.

4. 브루투스의 심장

1989년작이니 그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다. 역시 대단한 작가는 초기작이고 최근작이고 가릴 것이 없다. 이 책 역시 정말 재밌다.
완전범죄 살인릴레이라는 부제에 따라 세 명의 남자가 살인-시체운반-시체처리의 완전 범죄계획을 세운다. 각자의 목적을 성취하기위해 살인부터 처리까지 서로를 이용하는 그들의 살인릴레이. 하지만,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도중, 일이 꼬여버린다. 과연 사건의 진상은? 범인은 누구일까?!
프롤로그의 살인사건과 살인릴레이는 등장인물들과 묘하게 얽히며 사건의 실마리를 던져준다.
책을 읽으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점점 풀리지만 마음은 왜인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자신의 욕망에 눈이 어두워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들, 자신의 몸이나 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여주인공, 브루투스의 심장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차가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불쌍한 사람들.
인간을 기계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의 결말을 보면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탄탄한 구성, 치밀한 전개, 놀라운 반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천 소설로 점점 더워지는 요즈음을 시원하게 보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