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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이 망친 유쾌한 코미디영화, "7급 공무원"

by Joa. 2009. 5. 2.
나는 액션영화도, 코미디영화도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가다 DVD 등으로 보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본 적은 거의 없다. (이런 말하면 안될 줄 알지만) 더군다나 그게 한국영화라면 내 돈 내고 극장에 갈 생각은 더욱 없어진다. 이건 그동안 실패를 많이 한 탓이기도 하고, 취향에 맞지 않은 영화를 팔천원이나 주고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골라내다보면 내 기준에서 극장에서 볼 영화는 거의 없는 셈이 된다. 장르가 조금 겹치더라도 블록버스터라면 모르지만.. 사실 참 까다로운 취향이다.
처음 <7급 공무원>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또 그냥 그런 코미디 영화가 나왔나보구나' 라고 생각했다. 예고편을 보고도 땡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입소문이 너무 좋은거다. 사람들 말에 의하면 <과속스캔들>급이란다. 이잉?
솔직히 과속스캔들도 그저그런 가족코미디겠다, 싶어서 안보려고 했는데 아는 오빠가 영화를 보여준다고 해서 만났다가 시간이며 뭐며 딱히 맞는게 없어서 그냥 본 영화였다. 기대감이 전혀 없어서 그랬던지, 엄청 웃으면서 봤고 눈물이 워낙 많아서 사실은 울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은근히 기대됐다. 대체 어떻길래? 싶어서 관련 글이나 기사를 전혀 보지 않고 극장을 찾았다.

깔끔하게 결론부터!(라기엔 사설이 이미 길었지;;)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 꽤 재미있다. 돈? 별로 안아깝다.
최근에 시사회에서 보고 온 <인사동 스캔들>이나 <엑스맨 탄생:울버린>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


김하늘이라는 배우는 고치지 않은 얼굴(혹은 거의 고치지 않은)치고는 예쁘고 어딘가 수수한듯 하면서도 묘하게 예쁘네, 정도의 생각은 있었지만 미모를 자랑하는 연예인들 사이에선 명함을 내세울 정도의 얼굴은 아니다. 그리고 연기도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 꽤 인기를 얻었지만, 그렇게 연기를 잘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 그런데 작년 드라마 '온에어'를 보고 난 후로 극중 대스타의 이미지가 그녀에게 남아버렸다. 게다가 연기도 제법 호평받았고.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어떤 배우보다도 액션연기가 많았는데,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 것들도 비교적 매끄러웠고 연기도 거슬림이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녀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에어 효과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예뻐지는 사람인 듯.


그리고 강지환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생각이 없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안본 탓이 클 거다. 전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는 들었지만, 그 영화도 안봐서 패스. 그냥 얼굴과 이름 정도를 아는 배우였달까?
그런데 정말 대박이었다. 이 영화가 '코미디영화'라는 걸 이 배우의 캐릭터와 연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자칫하면 어설픈 액션영화로 남을 수 있었던 영화를 유쾌하게 만든 것은 강지환 덕분이었다. 한시간 사십분의 런닝타임 동안 재미와 감동을 전달한 사람은 강지환이었다. 캐릭터발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캐릭터가 과하게 웃기지 않도록 잘 조절한 것은 강지환의 능력이다. 아- 기럭지도 훈훈하고 연기도 훈훈하고 게다가 귀엽다!!! 앞으로의 그가 기대된다는.

류승룡, 장영남를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도 참 맛깔났다. 툭툭 던지는 대사들이 어찌나 웃기던지!(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스토리일텐데, 김하늘-강지환의 비밀 많은 연애 이야기와 국정원 사람들의 사건 해결 이야기를 잘 버무려 탄탄한 스토리로 엮어냈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매끄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을 짚어보라면 과도하게 시간을 잡아먹은 마지막 액션신은 왜 그랬나 싶기는 하다. 그렇게까지 액션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는. 사람들 사이에 많이 오르내리는 이 스틸컷의 첫장면 액션신이야 뭐, 조금 과했다고 하더라도 첫장면이니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그랬다고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재미있는 코미디영화였다. 대부분 코미디가 그렇듯이 극장을 나오고 나면 별로 남는건 없다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유쾌했다. 솔직히 빵빵 터지는 건 아니었는데, 크크크크- 정도로 웃는 장면은 꽤 많았다는~(이렇게 말하면 감이 안오겠지만;;;;) 웃음이 많은 사람이라면 빵빵 터질듯!

사람들이 제 2의 과속스캔들이라 말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웰메이드 코믹영화라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하지만, 과속스캔들도 7급 공무원도 이렇게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어놓고는 놀라운 작명센스로 영화를 망쳐버렸다는 점에서도 똑같기 때문이다. 솔직히 영화 제목만 들으면 그저그런 3류 영화의 느낌이 물씬난다.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고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영화에 대해 궁금하지도 않고, 내용은 참 뻔해보이고. 영화제목 짓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지만 우리나라 영화사들 센스는 정말 부족한듯. 외화는 더 심하고. 하기사  나보고 지어보라면 나도 못지을테지만 말만 잘한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제목만 보고 편견을 갖지 말길 바란다. 그래도 7급 공무원은 과속스캔들보다는 낫긴 하다.

박쥐가 개봉하고 온 메타블로그에서는 '박쥐'로 난리다. 하지만, 가정의 달이라는 5월도 시작됐겠다, 2009년의 마지막 황금연휴나 다를바 없는 지금이겠다, 가족들하고 손 잡고 (어린 아이들이라면 조금 곤란하겠지만- 7급공무원은 12세 이상 관람가) <7급 공무원>을 보러가는 건 어떨까? 적어도 1시간 40분은 유쾌하게 웃다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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