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 o n V o y a g e/ing..: 제주+국내

[제주] 이스타항공 타고 제주 바다 고고싱

by Joa. 2009. 11. 11.
요즘에는 제주항공이니 진에어이스타항공이니 저가항공사들이 많아져서 제주도에 놀러가는 일이 굉장히 쉬워졌다.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비 부분에서 많이 절감되다 보니 KTX 타고 부산 1박 2일 갈 바에야 조금 더 써서 제주도 다녀오자 싶은 거다.

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저렴했던 이스타항공을 이용해 제주도에 다녀왔다. 시드니에서 멜번 갈 때도 젯스타를 타봤고, 심지어는 중국 갈 때도 작은 항공기를 타봤기 때문에 그닥 불편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짧은 비행시간인데 조금의 안락함을 위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택할 이유도 없었고. (항공권은 택스 포함해서 왕복 14만원 정도)


그리고 막상 이스타젯을 타보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공항 게이트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비행기를 타러 가야하는 불편은 있었지만, 사진에서처럼 비행기 내부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도 인상 깊었고 짧은 비행시간에 음료수를 나눠주는 것도 좋았다. 서울에서 대구갈 때 대한항공 타본 적 있는데 그런 것 없었던 것 같은데. 좌석은 조금 좁지만 일반적인 여자분들이라면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김포에서 한시간여- 하늘을 나르면 제주도에 도착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습관처럼 찍게되는 하늘 사진. 나는 매번 날개 즈음에 앉게되서 하늘만 나오게 찍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몽골몽골한 구름은 바라볼 때마다 그저 신난다는. 아~ 여행을 가는 구나! 라는 설렘.


음료도 한 잔 마시고 조금 수다를 떨었나 싶었는데 어느새 제주도가 내려다보인다. 수심이 얕은 모래사장 근처의 옥빛 바다가 다소 이국적인 느낌. 와- 제주도로구나!


초등학생 시절에 가족여행으로 와보고 커서는 처음 와본 제주도. 어려서 제주도의 야자수를 보면서 뭔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날씨가 하도 열대기후스럽게 변해서인지 그런 생각이 없었다. 전혀 이질감이 없었달까.

지난 번 펜션 이야기를 올리면서 이야기했지만, 이번 여행 주제가 리프레쉬였던데다 나는 사진 찍히는 게 영 어설픈 여자고 같이 간 친구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피하는 사람이라 2박 3일의 짧은 여행에 사람 사진은 거의 없다. 사람 사진만 없는 게 아니라 사실은 풍경 사진도 거의 없다. 여기저기 관광지를 다닌 것도 아니요, 펜션에서 wii 하다가 TV 보다가 사부작사부작 바다를 걷다가 휘휘 몇 군데 둘러보고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서 전부 내 눈과 마음에만 담았다.


요즘 무슨 자신감으로 블로그에 종종 내 사진을 올리곤 하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제주도인데 바다는 봐야지 않냐며 펜션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바로 바닷가로 걸어나왔다. 몽마르뜨 펜션에서 약 십여분 정도 걸어내려가면 바다가 나오는데, 딱히 풍광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바다는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답다.


산책을 좀 할라치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하더라. 9월 중순의 날씨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확실히 여름보다는 해가 빨리 져서 계절이 하나 지났네라고 실감하게 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 근처에 살아본 적이 없어 바다나 강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었던 이십년이 있었는데, 호주에 다녀온 후로는 바다만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든 아니든 관계 없이 그냥 바다소리만 들어도 좋다. 오죽하면 부산 남자랑 결혼할 생각까지 했을까. 서울 살다보니 바다타령 하는 게 쉽지는 않고, 요즘은 한강만 가도 좋아 죽는다는.


제주도는 렌트를 해서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자전거나 스쿠터를 빌려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해안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자전거도로도 잘 되어있다. 물론 자전거도로가 전부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곳곳에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들을 두었는데 여기도 하귀-애월 도로에 바다를 끼고 있던 작은 공원같은 곳이었다. 공원이라기엔 그냥 벤치 몇 개와 해녀 조각상이 다였지만.


사진만 봐서는 이게 무슨 하녀냐고 하겠지만 뒤에 지고 있는 것을 봐주세요- 라고 우겨보기.
바닷가를 한시간 정도 걷다가 더 해지면 저녁 못먹겠다 싶어 펜션으로 돌아왔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이마트에 들러서 이것저것 장을 봤는데, 우리는 펜션에서 제공하는 바베큐 세트 말고 직접 고기며 쌈이며 전부 준비해왔다. 제주도라고 흑돼지로 목살 1근을 샀는데 조금 모자란듯한 느낌이 좋았다는.


고기에 곁들이면 환상일 맥주. 뭘 살까 하다가 스타우트를 샀는데, 내 입맛에 맞을 거라고 권해준 것 치고는 맛이 뭔가... 어쨌든 흑맥주는 내 취향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행가는 재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이 바베큐가 아니겠는가! 버섯과 수제소세지와 고기를 나란히 올려서 지글지글 굽다보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


한참 맥주 마시고 고기 먹고 냠냠 하는데 의자 밑에서 우리를 빤히 바라보던 고냥님. 나는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눈이나 싹싹하지 못한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강아지를 수십배는 더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이 까만 고양이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오- 괜찮은데 싶어서 이 앙칼진 녀석을 계속계속 찍었는데 얼마나 앙탈을 부리던지 제대로 나온 사진이 거의 없다. 도도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러다가 제대로 아이컨택. 고양이의 웅크린 자세는 역시 무서워.

제주도 여행의 첫날은 이렇게 별로 한 것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2박 3일이 긴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그래도 아직 온전히 쉴 수 있는 하루가 더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