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빠와 몰래 사내연애하던 시절, 회사에서 제주로 워크샵 왔다가 몇몇 동료들과 하루 더 남아 우도 여행을 했었다. 유채가 만발하던 봄날의 우도는 너무 예뻐서 감동이었고 다음에 꼭 또 가야지! 했는데 막상 살다보니 안가지더라; 제주도민의 슬픔 ㅠㅠ 제주의 암흑기, 겨울이 오기전에 어디든 가자! 마음 먹고 우도 반나절 여행을 계획했다.
오빠와 나는 스쿠터로 제주여행을 꼭 해보고 싶었다. 근데 스쿠터업체에서 1박 2일은 꺼려하는데다 작년 봄엔가는 성수기라 그런지 스쿠터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차로 여행했었는데, 이번엔 큰 맘 먹고 반드시 스쿠터 여행을 하겠어!!! 꿈에 부풀었음. 그런데 제주공항에서 우도까지는 50km, 왕복 거리를 계산하면 녹록치는 않았다. 다음날 출근해야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부담이어서 우도에서 스쿠터 렌트라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아침에 김밥 싼다고 시간 허비해서 부랴부랴 차를 달려 1시배 타러 고고!
성산항에서 우도 들어가기 |
1시배를 타려고 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12시 45분. 방송으로 1시배 타실 분들 빨리 오라고 독촉하길래 부랴부랴 티케팅하는데 사람이 복작복작하다. 다행히 주차해놓고 몸만 가느라 망정이지. 일단 매표 전에 승선신고서를 2장 작성해야한다. (왕복이므로) 신고서랑 같이 요금을 지불하면 표를 주신다.
배는 크게 우도랜드랑 기타로 구분되는데 매표 장소가 다르다. 배 크기 차이와 운항 시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별거 아니니 아무거나 타도 무방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자!! 웬만하면 우도랜드 말고 그 옆의 큰 매표창구에서 끊도록! 위에 사진이 어제 기준 우도훼리호를 운항한 매표소이다. 요금은 같고, 운항 시간은 우도 출발하는 배가 더 촘촘하게 있었다.
자리가 비었길래 냅다 끊은 우도랜드호. 여긴 우도랜드호 선박 두개 뿐인데 배가 좀 작다. 그래서 어제처럼 파도가 높은 날은 흔들림이 좀 더 심했고, 무엇보다 저 운항 시간표를 보면 알겠지만, 배편이 적다 ㅠㅠ 분명 마지막배가 4시 30분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4시에 배 타러 갔는데.. 배는 5시에 출발.... 4시부터 배를 탔던 사람들은 대체 언제 출발하는 거냐며 답답해죽을뻔 했다. 시간 여유 있거나 우도에서 숙박할 사람 외엔 우도랜드는 비추.
우도에는 하우목동항과 천진항이 있는데, 천진항에 내려주었다. 성산에서 우도까진 배로 십여분 거리지만, 배에 차를 싣고 어쩌고 하다 보면 실제로는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우도에서 스쿠터, ATV, 전기자전거 대여하기 |
하우목동항 앞에는 우도나린투어와 1개 업체를 봤고, 천진항 앞에는 내리자마자 호객행위를 하던 걸리버를 포함해서 스쿠터/ATV 대여샵이 6군데 정도 있었다. 요금은 대부분 2시간에 15,000원 내지 20,000원으로 비슷하지만 시간을 조금 늘려준다거나 요금을 내려주는 식으로 융통성있게 대여해주었다.
처음부터 스쿠터를 대여하기로 마음 먹고 여기저기 가봤는데, 하나같이 여자에겐 대여해주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ㅠㅠ 스쿠터 타본 적 없다라고 하니 말리기도 하고 아예 대여 안해준다고 다른데로 가라는 곳도 있었음. 오빠랑 같이 타는 건 둘다 재미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대여 안해준다는데 억지로 탈 수도 없고.. 모든 업체에서 거절당하고 결국 걸리버에서 ATV로 선택함. 어쩌겠어, 안빌려준다는데 ㅠㅠ; 2인 35,000원에 2시간 30분동안 대여. 이 요금이 저렴한지 아닌지 알아볼 길도 없었음.
참고로 여자 혼자 스쿠터 대여해서 제주도 여행을 할 목적이라면 제주시에서 빌리는 것을 추천한다. 제주시에서 대여하려고 했을 때도 전에 난감해하긴 했는데, 그래도 여긴 업체들도 많고 경쟁을 해선지 아주 잠깐 교육을 해주긴 하더라. 면허는 필수고 자전거를 잘 타면 OK!
여자들은 주로 50cc 미오나 줌머같은 작은 크기의 1인용 스쿠터를 타는데, 우도에는 이런 스쿠터가 거의 없음. 50cc라 하더라도 크기가 크고 예쁘지 않았다. 걸리버에는 소형 스쿠터가 있었지만, 자꾸만 타지말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ATV를 타고 출발!
ATV 타고 우도 한바퀴 코스 |
천진항에서 ATV를 대여하면 시계방향으로 크게 우도를 한바퀴 도는 코스를 주로 탄다.(혹은 반대편으로도 가능!)
산호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서빈백사 → 하얀 등대와 망대가 있는 답다니탑 망대 → 에머랄드빛 투명한 바다가 아름다운 하고수동 해수욕장 → 섬속의 섬속의 섬! 비양도 → 검은 모래가 있는 검멀레 (엄청 큰 동굴인 동안경굴) → 전망이 아름다운 우도봉 → 검멀레 반대편 우도봉 절벽풍경을 볼 수 있는 톳간이 → 천진항 도착
해안도로를 따라 이렇게 크게 한바퀴 도는데 2시간 30분은 잡아야 할 것 같다. 저번에도 시간 쫓겨서 우도봉은 끝까지 못올라갔는데 이번에도 중간까지 밖에 못감;; 게다가 중간에 카페에서 시간을 허비한 것도 아닌데 시간이 좀 부족했다. 3시간 정도면 여유있게 밥도 먹고 할듯~
우도 맛집 및 먹거리 가볼만한 곳은 이 정도!
* 회양과 국수군 : 서빈백사 지나서 있음. 회국수랑 매운탕이 인기~
* 풍원 : 하우목동항 앞에 있음. 한치주물럭과 한라산볶음밥이 인기! 원래 로뎀가든이었으나 무슨 문제가 생겨 가게를 뺏기고 풍원을 냈다고 함. 로뎀가든도 아직 한치주물럭/한라산볶음밥을 하긴 한다고.
* 하하호호카페 : 답다니탑 망대 가기전에 위치. 흑돼지 수제버거가 인기임.
* 마를린먼로 : 하고수동 해수욕장 바로 앞의 하얀 카페.
* 지미스 : 검멀레 앞에 있는 땅콩 아이스크림 가게. 여긴 우도왕자 1/2/3호점도 있음. 딱히 지미스가 대단하진 않고 서로 원조라고 함. 우도에 왔으면 먹어볼만.
* 키다리아저씨 : 우도봉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 해물 많이 들어간 백짬뽕과 수제돈까스가 인기.
하하호호카페 바로 옆에 있는 고팡 카페. 하하호호가 인기를 얻어 그런가 비슷한 분위기로 꾸몄는데... 커피맛이 정말 별로였다. ATV 타고 달리다보니 쌀쌀해서 라떼 주문했는데 이런 밍밍한 맛이라니.. 고팡 후기는 다음에 좀 더 하기로~
손님도 하나도 없었음. 그래도 미안해서 밖에 나와 바다 바라보며 김밥 시식! 내가 말았지만, 다들 파는 건줄 알았다고 칭찬해줬다 ㅋㅋ 오빠도 김밥은 제일 맛있다고 해줌 (으쓱!)
여기가 하하호호카페다. 사람이 안에도 꽉차고 심지어 밖에도 좀 있었음. 필수코스처럼 된듯 하다.
우도는 아직 제주 본섬보단 덜 번화해서 이런 농가주택도 많고, 카페들도 옛 모양을 아직 갖추고 있다.
스쿠터 못탄다고 징징대던 초반과 달리 ATV의 안정적인 속도감에 신이 남! 쌩쌩~ 겁도 없이 막 달렸다. 답다니탑 망대에 올라 한라산을 보면 그렇게 멋있다는데, 오늘 날이 썩 좋지 않아 한라산이 잘 안보였다.
좀 더 달려 도착한 하고수동 해수욕장. 우람한 인어아가씨다 ㅋㅋ 여기도 셀카봉의 향연!!
전에 왔을 땐 봄이라 그랬는지 물도 더 예뻤던 것 같은데, 겨울은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바다 구경 잠시 하고 비양도로 고고! 비양도는 우도랑 이어져있어서 섬같지도 않고 그냥 제주바다같은 느낌이었다 ㅎㅎ
검멀레에 도착해 동안경굴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대서 내려가봤는데, 뭐한 것도 없이 시간이 훌쩍 지나가서 가다가 말았다. 사실 길도 잘못 들었고;; 다음에 오면 꼭 보트도 탈거야!!
검멀레 앞에는 땅콩 아이스크림 가게가 즐비하다. 블로거들이 지미스 얘길 많이 해서 찾아갔는데 사실 맛은 다 똑같을듯.
요 땅콩아이스크림이 4000원이다. 맛? 맛은 음.. 솔직히 그냥 그래.
막배가 4시 30분이라고 했고(사실은 5시였지만) ATV는 2시에 빌려서 4시 30분까지 오랬는데 4시로 착각해서 마음이 갑자기 급해졌다. 부랴부랴 우도봉으로 달렸음.
처음에는 우도봉 아예 올라가지 말자 했는데,20분 정도 남았길래 살짝 올라갔다 왔다. 저 끝까지 올라갈 시간을 안되서 중간까지만~
그래도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멋있었다. 아스라이 해가 져가는 시간이라 따뜻한 농촌 풍경(!!)이 더 아름다웠음.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 오늘 날씨가 썩 좋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군;
우도봉에서 천진항은 ATV로 5분 정도밖에 안걸린다. 그것도 모르고 톳간이도 못가보고 왔네. 천진항에서 톳간이는 800m? 정도라 걸어와도 될 거린데 바닷바람을 쐬서 피곤한지라 패스했다. 이미 ATV도 반납했고.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아쉬운 마음에 우도 한바퀴 도는 보트를 타러 갔지만(1인 10000원) 그것도 마감이래서 그냥 배를 타러 갔다.
우리가 타는 비교적 작은 배, 우도랜드호. 그리고 저멀리 큰 우도카훼리가 보임. 우도카훼리는 시간 잘 지키는데 우도랜드는 너무 띄엄띄엄 ㅠㅠ 우리는 배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했다는 후문.... 꼭! 우도랜드 말고 다른 것 타세요!!!
요즘 제주는 5시가 넘으면 해가 진다. 배타고 나오니 5시 조금 넘었는데 해가 뉘엿뉘엿~ 멀리 식산봉 배경으로 일몰 감상했다.
10시부터 김밥을 싸고, 1시까지 성산항에 도착해, 집에 오니 6시가 거의 다 된 반나절의 우도여행 끝!
그래도 알찬 주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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