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R A S E R I S L A N D (2)
둘째날이 밝았다. 숨도 못쉴만큼 푹푹 찌는 날씨. 훅 끼쳐오는 더운 열기에 살이 후끈후끈 탄다.
아침에 부산스런 소리에 일어나보니 외국애들이 벌써 텐트를 걷고 있다. 좀 깨워줄 것이지, 치사하게! 간 밤에 쌀쌀한데다 야영이라고 침구같은 것들을 제대로 못챙겨온 덕분에 잠을 설쳐 조금 피곤했다. 부랴부랴 일어나 어설프게 텐트를 걷고 있는데 아침 먹으러 오란다. 우리가 한 번 준비를 해야하는데 계속 도움만 받는 것 같다;
아침이라고 해봐야 대단한건 아니고 그냥 씨리얼과 우유, 후라이팬에 대충 구운 토스트 몇 쪽, 삶은 계란이 전부였다. 철저하게 양식이다. 이 모든 음식재료비는 투어비에 포함되어있는데 제법 넉넉하고 잘 챙겨져 있단 느낌이었다. 모래가 씹히고, 맛이 없어도, 하루를 버텨야한단 생각에 억지로억지로 몇 입 먹었다. 아아, 된장찌개에 밥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
벌써 떠난 투어팀도 있고 우리도 짐을 잘 끄러맨 뒤 둘째날 일정을 시작했다. 부릉부릉 해변을 달려 처음 도착한 곳은 인디안 헤드. 인디안 헤드는 그냥 붉은 바위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처음엔 여길 왜 왔지? 싶었는데 올라가서 보는 바다의 풍경이 정말 멋있다! 여기도 마헤노처럼 필수 코스이다.
정상에 올라 바라본 해변이 너무 예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려 물에 빠져들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와 루트가 달라 저 곳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Indian Head
드넓게 펼쳐진 남태평양. 정상에서 보면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파아란 바다와 하늘만 보인다.
인디안헤드는 처음 쿡 선장이 이곳을 발견했을 때 수 많은 애보리진이 여기에 모여있었다고 해서 인디안헤드라고 이름 붙여졌단다.
@Indian Head
외국애들은 평소에도 신발 벗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는데 우리도 괜히 애들따라 한다고 신발 벗고 인디안헤드에 올랐다가 뜨거운 태양볕에 후끈 달아오른 바위를 밟고 올라가느라고 죽을 뻔 했다. 이후 우리는 아무리 외국애들이 신발을 벗고 다녀도 절대로 벗지 않았다는(.....)
인디안헤드에서 바라본 모래섬 풍경. 이렇게 하얗고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섬이라니 신기할 뿐이다. 정말이지 자연의 신비. 하얀 모래, 파란 바다, 그리고 열대우림.
가끔 이렇게 바위들 틈으로 풀이 나는데 이 풀과 흙은 바위보다는 덜 뜨거워서 풀만 골라 밟는다고 엄청 힘들었다. 참! 인디안 헤드에서 한국사람들을 만났다! 외국사람들 틈바구니에 있다가 한국말이 들리니 어찌나 반갑던지! 사진 좀 찍어주세요, 라고 한국말로 말하는 기쁨은 정말 아무도 몰라~
@ Indian Head
다들 더워죽겠지만 가볍게 입거나 남자들은 웃통을 훌렁 벗기 바쁜데 한국 아주머니들은 참 대단하다. 모자에 선글라스에 긴팔 옷에 양산까지. 철저한 준비! 나도 나시 한장에 평소엔 엄두도 못낼 짧은 반바지로 겨우 버티는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덕분에 프레이저 아일랜드를 나온 후 빨갛게 탄 살 때문에 엄청 고생했었다. 어쨌든, 한국투어팀은 가이드투어를 왔는지라 다들 시간에 쫓겼다. 단체로 이동해야 하고 투어코스대로만 움직여야 하니 바쁠 수 밖에 없어서 사진 한 장 찍어달란 부탁하기도 미안했다. 정말 셀프 투어가 좋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 그래도 역시 한국인이 단체로 있는건 부러워.
사실 프레이저아일랜드에서는 바다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한다. 오리엔테이션 때 비디오를 보여주는데 거기 주의사항 중에 있었다. 아마도 위험한 해파리 때문이라고 했는데 어쩌겠어. 날은 덥지 도저히 못견디겠어서 결국 우리는 위험한 해파리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바닷물에 풍덩!.....발만 담갔다. 바닷물에 쓸려온이 것은 위험한 해파리인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예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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