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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p y r i g h t ⓒ J o a/소소한 이야기

소설을 스크린에서 만났을 때, 실망하기 싫다면?!

by Joa. 2011. 9. 8.
요즘 영화 <도가니>가 한창 관심몰이 중이다. 개봉하기도 전에 매스컴부터 포털들이 하도 이야기를 해대서 대체 어떻길래? 라는 기대감에 나도 벌써 부풀어올랐다. 그도 그럴것이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도가니>가 원작이고, 게다가 그 소설마저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관심 갖기에 충분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의 영화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니 재미있지 않겠냐 물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본 영화들 대부분은 실망했더랬다. 이 때 '영화를 먼저 보느냐', '책을 먼저 보느냐'가 중요한 판가름 여부이기는 한데,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들의 이미지나 배경들을 자연스럽게 이미지화하게 된다. 나중에 영화화 되고 그걸 접하면 내가 그린 이미지와 이질감을 느끼게 되어 실망하게 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화했을 때 만족한 영화도 몇 편 있다. 그래서 오늘은 기대 이상의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한 소설 원작의 영화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


  <해리포터 1,2편> 
사실 해리포터를 꼽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해리포터 1, 2편은 책을 떠나 영화 자체만으로도 너무 강력하고, 게다가 판타지다 보니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더 유리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영화니까! 소설을 뛰어넘는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니까 가장 먼저 소개해야겠다 :)
소설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다니엘 래드클리프부터 시작해서 호그와트, 그리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경기하는 퀴디치까지.. 모든 것이 내가 상상했던 이상이었다.
실제로 저런 곳이 존재할 것 같은 리얼리티에 완벽한 캐스팅이 더해져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얼마전 죽음의 성물 2까지 총 11편의 시리즈를 흥행하게 만들기도 했다.
같은 무렵에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도 역시 흥행작이었고 잘만든 영화이기는 했지만, 내겐 해리포터 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모든 연령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고, 소설을 보지 못했다면 책을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는 해리포터가 단연 최고.




 <슬럼독 밀리어네어> 
요즘 <세 얼간이>가 잔잔하게 흥행하고 있는데 인도 영화는 아니지만 인도 냄새가 담뿍나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역시 소설 Q&A(현재 절판되었고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다시 내놓음)가 원작이다. 2008년에 개봉해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상을 휩쓸며 좋은 평가를 얻었을 뿐 아니라 흥행면에서도 엄청나게 성공했다.
빈민가 출신의 18세 소년 자말이 최고 인기 퀴즈쇼에 출연해서 최종라운드에 오르게 된다는 큰 스토리 안에 자말의 인생을 하나하나 담아내는데, 원작이 무척 충실하기는 하지만 45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영화에 너무 잘 녹여낸 것 같다.
자말의 굴곡진 인생을 전혀 무겁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그려내는데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O.S.T도 몹시 신난다.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던 대니 보일 감독은 사람으로 넘치는 인도 뭄바이에서 촬영을 했고, 그게 또 굉장히 이질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유명배우 하나 없이 연출력과 스토리로 승부 본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다시 봐도 흥겨울 것 같다.




   <고백> 
나는 일본영화나 일본소설이 가진 정적인 느낌을 좋아한다. <고백>은 베스트셀러인 미나토 가나에의 추리소설 <고백>을 영화화한 것으로, 스릴러영화지만 긴박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담담하고 정적인데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영화였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과 비교하면 고백이 얼마나 괜찮은 영화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나오키상 수상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용의자 X의 헌신은 단순한 추리 뿐 아니라 로맨스를 섞어내는 탁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스크린으로 옮겨왔을 때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웠더랬다. 원작의 스토리에만 집중했다는 느낌.
반면 고백은 스릴러 장르가 가지는 다양한 기본 구조들 - 깜짝 놀라게 하는 사운드라거나 반전, 혹은 잔혹한 장면들 - 없이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에 배우들의 호연이 스토리와 만나 훌륭한 영화로 재탄생 했다. 원작에만 기대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듯. 올해 본 영화 중 베스트에 꼽을 영화.

정리하다 보니 국내 영화는 하나도 소개하지 않았는데, <국화꽃 향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몇 편은 그래도 무난하게 봤던 것 같다. 위에 소개한 영화만큼 감탄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말이다. 앞으로 개봉하게 될 <도가니>, <완득이>에 기대를 걸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