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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서울 정도로 위대한 엄마, "마더"

by Joa. 2009. 6. 6.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제목과 소재 때문에 아주 식상한 모성애를 내세운 영화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인 바 있는 봉감독이기에 눈물을 빼기 위한 영화는 아닐거다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천사와 악마>를 보러 가서 드디어 마더의 예고편을 보게 됐고, 스릴러 요소가 잔뜩 배어있다는 점에 엄청 기대됐다.
그런데 막상 개봉을 하고 보니 <박쥐>처럼 공감할 수 없고 찝찝했다느니, 생각보다 별로였다느니, 이해할 수 없다느니.. 안좋은 평이 많이 들렸다.
난 봉감독의 열혈팬은 아니지만,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설령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있을지언정 영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만족을 줄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래서 결코 기대감을 버리지 않은채 영화를 보러 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에겐 역시나 만족스러운 영화였다.살인의 추억이 별 다섯개짜리 영화였다면, 마더는 별 네개 정도를 줄 수 있겠다.
영화의 전반적 스토리와 반전에 대해서 아는 상태로 영화를 봤음에도 영화는 여전히 긴장감이 있었고 흥미로웠다.

다들 대충 알고 있겠지만, <마더>는 정신지체인 아들 도준(원빈)이 살인범으로 잡혀가고 아들을 끔찍이 위하는 엄마(김혜자)는 아들을 꺼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목격자의 진술, 피해자 옆에서 발견된 증거, 모든 상황이 도준을 지목한다. 결국 변호사도 변호를 포기하고 엄마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고든다는 전체적인 스토리이다. 별 것 없어보이는 내용이지만, 나이 많은 아마추어 엄마가 아들의 혐의를 벗기고자 사건의 줄기를 파고드는 과정은 제법 섬세하다.


봉감독이 김혜자씨를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고 했다는데 실제로 이 영화에서 김혜자씨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다시다로 대표되는 그녀의 인자한 시골 어머니상은 이 스틸컷에서 보여지듯이 영화 안에서 과감히 무너진다. 처절하다 못해 광기로 번득이는 그녀의 표정과 몸짓에서 우리는 어머니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한다.
최근 읽었던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도 엄마의 무한 사랑과 희생정신에 대해서 가슴 아프게 느낀 바 있지만, 이 영화에서의 엄마가 보여주는 희생과 사랑은 일반적인 그것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사랑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까지 아들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기는 하지만.


김혜자씨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던 덕분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연기가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군 제대 후(비록 의병제대였지만) 그의 첫 작품인만큼 그는 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을 거다. 게다가 그의 화사한 외모를 묻혀버릴 수 있는 바보 연기를 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그가 한 바보 연기가 별로였다고 말하지만, 물론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를 말하던 박노식씨에 비하면야 아직 갈 길 먼 연기였대도 적어도 영화 속에서 그는 빛나지 않았다. 그 것이 남루한 옷차림과 어눌한 분장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연기가 그의 외모를 누를 수 있었다.


진구, 이 배우는 참 뜰듯하면서 뜨지 않는 명품조연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시골 양아치의 모습을 너무 잘 그려내서 일부 사람들은 그의 캐릭터를 보고 욕까지 하던데, 그만큼 그의 연기가 보증됐다는 뜻일터. 연기를 잘하는 것치고 계속 조연급으로 밖에 출연을 못하다니 조금 아쉽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 눈에 띄는 연기를 해주면 좋겠다.


영화에서 그린 엄마의 사랑이 무서울 정도로 독했기에, 영화를 보고 난 뒷맛이 좋지 않다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결말 부분을 보면 조금 찝찝한 감도 없잖아 있다.(스포가 될 수 있어 이야기는 생략한다.)
영화는 나름대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요소요소에 잘 배치해 두었는데, 그런 덕분에 이 영화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는 분들도 많다. 주로 원빈이 맡은 도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원빈이 사실은 바보가 아니었다느니 정신을 차렸다느니 하는 해석이다. 그런 관점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확실히 봉감독은 대단하다. 단순히 사람들이 영화의 줄거리만 따라가길 바라지 않는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에 비하면 마더는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주제가 가장 밑바닥에 깔린 영화이기 때문에 스릴러 요소가 많이 죽은 편이다. 이런 영화에서의 느낌을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면 확실히 실망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결국 이 영화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봐야 실망이 덜 하며,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의 엄마의 기괴하다면 기괴한 춤사위를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나는 전반적 스토리를 알고 갔기 때문인지 사건의 얼개를 맞추는 데 집중했고,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닌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고자 했기 때문이다. 내게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참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무섭다기보다는 어떤 의미에서는 참 슬펐던 영화.


어쨌거나 저쨌거나 위에서 원빈의 연기가 괜찮았다고 말한데는 이 사진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렇게 샤방한 꽃미남 님께서 천상 바보로 나왔는데, 어색하지 않았으니! 어찌 연기 못했단 소리가 나온단 말이냐. 더불어 김혜자씨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이신데 말이지.

끝으로 <마더>의 음악에 대한 칭찬도 꽤 많은데 그래서 찾아보니 이병우 음악감독은 다양한 영화에서 솜씨를 한껏 뽐낸 분이었다. 특히 내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했던 <장화,홍련>도 이 분 담당. <마더>는 음악도 퀄리티에 크게 한 몫 했다.
가족들과 보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엄마에게 추천할만한 영화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마더>는 볼만한 영화라는데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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