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 o p y r i g h t ⓒ J o a/이런저런 리뷰

[책] 반전에 반전! 기막힌 추리소설, "백마산장 살인사건"

by Joa. 2009. 5. 15.
또 히가시노 게이고다. 이미 책 리뷰 포스팅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걸작선들은 소개한 바 있는데, 이 책은 오늘 새롭게 읽은 책이다.
예전에 소개했던 4권의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어떤 면에선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파 미스터리가 아니라 이야기가 다소 가벼운데 이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딱 잘라 말하자면 킬링타임용으론 제격. 나는 조금 아쉽다는 입장이고, 또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은 재미 위주로 쓰여진 글이라 그런지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것. 범인이 미리 밝혀진 것도 아니고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주인공들의 사건 풀이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 다른 책들은 내가 풀어가는 느낌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별 4개의 꽤 후한 점수를 준 것은 '반전에 반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의 연속! 때문이다.
소설이 끝을 향해 가면서 어느 정도 범인이 감이 오기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은 절반의 성공 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범인이 밝혀진 뒤에 사람을 놀래키는 또 다른 비밀들을 숨겨두었으니, 히가시노 게이고- 이 책 쓸 때, 꽤 머리아팠겠다.

늘 같은 시기에 고정멤버들이 방문한다는 의문의 펜션 머더구스에서 오빠 고이치가 음독자살을 한다. 하지만, 오빠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나오코와 그녀의 친구, 마코토는 펜션으로 떠난다. 밀실살인이라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틀을 가져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책은 그 소재 때문인지 고전 추리소설을 보는 느낌이다. 거기에 펜션의 각 방 벽걸이에 숨은 암호 해독과정이 얹혀져 이야기는 조금 더 풍성해진다. 그 암호 자체도 쉽게 풀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후반부까지 읽지 않고서는 쉽사리 감을 잡을 수 없다.

이 책 속에는 세 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살인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못한 반전이 따라온다. 이야기를 몇 번 꼬아놓은 듯한 느낌! 범인이 밝혀진 후에도 그 것이 끝은 아니라는 듯 암호의 또 다른 비밀이 밝혀지고, 에필로그에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니.. 결국 책장을 덮었을 땐, 히가시노 게이고의 놀라운 상상력과 스토리 전개에 깜짝 놀랄 수밖에.

처음에는 11문자 살인사건처럼 펜션의 모든 사람들이 범인이거나 사건과 관계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머더구스 펜션 자체가 살인사건과 긴밀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것보단 같은 사람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듯 싶다. 뭐, 등장인물 중 일부는 정체가 밝혀졌을 때, 헉!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추리소설의 여러가지 소재를 하나의 이야기로 잘 버무려냈다는 점과 수수께끼 같은 영국동요 '머더구스'를 가지고 뛰어난 소설을 지어냈다는 점에서는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 라는 말이 나오지만 처음에 이야기했던 몇 가지 아쉬운 점들과 뒤에 가서 여러가지 반전이나 비밀을 한 번에 풀어내는 것들이 다소 산만하게 보이기도 해서 사람들의 평가는 조금 엇갈리는 듯 싶다. 대체로 심리적 긴장감이 약하다는 의견은 통일되는 듯. 하지만, 아가사 크리스티나 셜록 홈즈같은 고전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맞을 것 같다.

일상이 조금 지루하다 싶을 때, 가볍게 흥미진진하게 읽으면 좋을 책.

백마산장 살인사건 - 8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