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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p y r i g h t ⓒ J o a/소소한 이야기

창의적이라고 하는 것

by Joa. 2008. 12. 11.
하지만 때로는 다른 방향에서 문제에 접근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학생들이 쓸모에 대한 강박관념을 때로는 버려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볼 때 이미 세상에는 너무 쓸모 있는 것들이 많다. 세상에는 별 쓸모는 없더라도 그저 재미만 있고 그저 예쁘기만 한 것들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이 세상 아닐까? 소와 돼지와 말은 두말 할 필요 없이, 알짜배기이지만 수달과 박쥐와 승냥이와 오소리도 소중한 것이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그 메아리를 들으며 제가 처한 공간을 가늠해 어둠 속을 날개 짓하며 날아가는 박쥐는, 첨단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신비에 가득 찬 존재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때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도 괜찮으니, 젊은 학생들은 자유에 마음을 맡기고 그것이 어디로 우리를 데려가는지를 따라가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듯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경험은 우리가 현실로 돌아와 정말 쓸모가 있고 알기 쉽고 유용한 무엇을 만들고자 할 때도, 역시 소중하게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산일 것이라 믿고 있다. 창의적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직 하지 않은 것을 먼저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기 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해 자기 나름의 좋은 답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 터일 것이기 때문이다.
ⓒ 웹스미디어컴퍼니 2008년 1월 컬럼, 서동수 교수님

고등학교 2학년 중반 즈음 미대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꿈은 광고디자인을 하는 것이었다.
여차저차 해서 결국 진학한 대학은 미대는 아니었지만 복수전공을 통해 디자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복수전공 과목을 선택하게 되었을 때, 난 별다른 고민 없이 광고디자인을 선택했다.
그 것이 내가 원하던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예전에도 밝혔던 것 같지만, 대학에 온 후 내 관심은 광고 보다 웹에 있었다.
한 장의 디자인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난 인쇄 쪽을 좋아했으므로) 광고도 분명 매력적이었으나,
사용자와 인터랙션이 가능한 웹이 보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교과과정이 많이 바뀌었으나, 내가 복수전공을 시작했던 2003년의 커리큘럼으로는
미대생들은 1학년 때, 무조건 모든 디자인 기초 수업을 들어야 했다.
기초가구디자인, 기초멀티미디어디자인, 기초광고디자인 등등..
이 때, 서동수 교수님 밑에서 배운 멀티미디어디자인이 광고디자인보다 좀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미 광고디자인을 선택했던 나는 후일 둘 사이에서 고민을 해봤자 소용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 전공은 '광고커뮤니케이션디자인'이 되었다.

어쨌든, 당시 멀티미디어디자인(지금의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선택했던 친구를 통해서 커리큘럼이나 작업 내용을 들으며  내심 부러워했고,
특히나 나도 한 수업을 들은 적 있었던 매력적인 서동수 교수님에 대해서도 내심 부러워했었다.
뭔가 자상하고 독특한 아우라가 풍기는 교수님이었기 때문에;;; (하하;)

며칠전 친구가 보내준 URL을 통해 올 1월에 교수님께서 쓰신 컬럼을 보았다.
교수님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을 보며 반갑기도 했고, 특히나 위에 붙인 내용은 제법 공감이 갔다.
기획을 하면서 했던 고민들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용자의 편의성과 그 효용성만을 생각하는 기획과 디자인은 기업의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실용적인 이야기지만
때로는 교수님 말씀처럼 본능에 충실한(아름다움, 재미 등등의 가치!) 것도 좋지 않은가!
이 둘을 적절하게 믹스시킨 것이 최고겠지만 말이다.


+ 덧붙여.
그렇게 실리를 떠나 자유로움을 찾는 기획을 하려면 적절한 refresh가 필요하다!
어제 고된 야근 뒤, 퇴근길에 대리님과 나눈 이야기지만.. 매일 바쁘게 일하면 생산성과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는 말이지.
이번 리뉴얼이 끝나면, 가까운 곳에라도 다녀와서 심신의 건강을 충족시켜 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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