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정말 강하다. 원래 스릴러나 호러 장르를 좋아해서 영화를 제법 즐겨보는 편인데 근래에 본 스릴러물 중 단연 최고다.
얼마전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듣던 중에 어느 영화 평론가가 괜찮은 스릴러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영화를 추천해서 그 때 알게 됐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내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이를테면 일본 추리소설이 원작이라거나 (베스트셀러이자 추리 신인상 수상작인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원작이다.) 4월 이야기에서 우산 너머 수줍은 미소를 보인 마츠 다카코가 주인공이라거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불량공주 모모코> 등에서 탁월한 미적감각을 선보인 나카시마 테츠야가 감독이라는 이유. 그리고 기회가 닿아서 영화를 보게 됐는데 오랜만에 정말 몰입해서 '영화다운 영화'를 본 느낌.
<불량공주 모모코>에서 발랄한 색감을 보였던 감독은 이 영화에서 내내 무채색의 단조로운 톤을 고수한다. 스릴러물이지만 사람들을 긴장시키는 사운드도 전혀 없으며, 삽입곡들은 오히려 너무 잔잔해서 영화의 내용과 굉장히 대조적이다.
게다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범인을 비롯한 스토리를 풀어버려 '반전의 묘미' 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스릴러가 가지는 기본 공식을 깨면서도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명연기, 적절한 연출,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스토리 구조의 3박자.
이 것은 사족이지만 나는 일본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 중 사회파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는 특히 좋아하는데, 그녀의 소설이 좋은 것은 필력이 좋기 때문도 있지만 사회의 구조에 대한 문제를 짚어내는 소설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원작을 쓴 미나토 가나에도 굉장히 기대된다. 미야베 미유키도 다룬바 있는 청소년법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잘 짚어냈다.
담임인 유코는 종업식날, 반 아이들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자신의 딸 마나미를 이 반의 두 명이 살해했고, 자신은 그 아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우유에 에이즈 보균자의 피를 넣었다는 고백.
청소년법에 의해 법의 심판을 받기 어려운 그들에게 자신이 직접 복수하려 했다는 말에 아이들은 우왕좌왕하고, 직접적인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범인도 이미 밝혀진 상황. 그리고 유코를 중심으로 범인 A, B 등등 인물들의 고백에 따라 그렇게 되었던, 되어야만 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14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죄를 지어도 형량이 굉장히 가볍거나 소년원 정도에 그치곤 해서 굉장히 의견이 분분하다. 이 영화도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 밖에도 106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왕따 문제라거나 부모간의 갈등, 청소년 범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툭툭 건드린다.
스릴러 답지 않게 다소 심심할 수 있는 구성이나 색감이지만, 생각해보면 그래서 더 무서운 영화, <고백>.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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