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도 몰랐고, 평점이 높다고는 들었지만 어떤지도 몰랐고, 사람들에게 이 영화에 대해 묻지도 않았지만 단 하나의 이유로 <써니>가 보고 싶었는데 그건 바로 <과속스캔들> 감독인 강형철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원래 그런 류의 드라마나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과속스캔들>도 볼 생각이 없다가 같이 영화보기로 한 분이 보자고 하셔서 생각없이 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감동이었던 기억. 그래서 왜인지 이 영화도 유치하고 내키지 않지만, 막상 보면 만족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달까?
그리고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두 시간이 이렇게 뿌듯한 기분이 든 건 오랜만이었다. 너무 신나게 웃느라 정신을 놓을 뻔도 하고, 자꾸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보고 나와서 왠지 기운이 쭉 빠지게 했던 영화! 초강추 :)
영화의 80년대 향수를 느끼기 위해서 30대 이상에게 좀 더 공감가는 영화일거라 생각되지만, 20대 끝물인 나에게도 여러가지 의미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도 그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쳐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
흔히들 진짜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대학교에 다닐 때, 나는 너무 좋은 대학친구들과 신나는 추억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었었고 그 말에 반신반의했더랬다. 대학친구들이 어때서? 고등학교친구들하고 뭐가 달라? 라고 생각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소원해졌달까. 물론 그건 먼저 살갑게 연락하지 않는 내 성격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관계가 계속 지속되고 오히려 더 끈끈해지는 고등학교 친구들하고는 확실히 달랐던 것 같다.
게다가 영화 <써니>에서 보여주었던 여고생 일곱명의 이야기는 내 고등학교 생활과 너무 닮아있었다. 가족처럼 끈끈하게 지내고 서로를 누구보다 위했던 우리 동아리 22기 친구들의 모습이 자꾸만 그려져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외에도 그런 고교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에 누구보다 많이 공감하겠지.
그런 우정을 나누었더라도 대학에 가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조금씩 멀어지고.. 빛나던 그 때의 이야기들은 점점 바래져 가기 마련.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나'라는 사람에서 '엄마'나 '아내'가 되어버린 삼십대 그녀들의 고교 시절 추억 더듬기는 아직 오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왠지 내 얘기같더라.
영화는 아역배우들과 성인배우의 싱크로율도 높고 연기도 너무 잘해서 몰입도를 높여줬다. 그리고 음악하며 의상하며 대사하며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기량을 십분 발휘한 감독의 힘 덕분에 영화가 너무 살아났다. 감칠맛나는 욕은 정말.. 귀에 쏙쏙 꽂힌단 말이지요.
영화 보면서 이 영화 엄마랑 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친구나 연인보다 엄마와 손 잡고 극장 나들이 가면 참 좋을듯 :)
더불어 <써니>는 아니지만, 너무 소중한 내 친구들하고 나도 몇십년 후에 그런 추억 더듬기를 하고 싶다. 다들 잘 지내고 있자! :)
+
며칠전 친구에게 마이피플 그룹대화 메시지가 왔다. "나, 써니 보고 왔어!"
그로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대화는 <써니>를 보니 너희들이 생각나더라- 앞으로도 영원하자!로 끝맺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떠올린 친구들이 날 떠올렸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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