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앤탐스에서 바닐라라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보는데 쌀쌀한 바람이 그렇게나 불고 있지만,
그래도 안에서 바라보는 햇살이 제법 따스해 괜히 옛생각이 났다.
올 해 일본이든 동남아든 갈 돈을 좀 더 보태고 내년에 놀러갈 돈까지 합하고 나면,
올 해 호주를 다녀와도 되지 않을까? 아! 그래 떠나는 거야! 라고 생각을 하고 났더니,
자꾸만 배시시 웃음이 터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
하루하루를 사는게 너무 막막해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날도 있었고,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정말 답답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그 때만큼 걱정 없고 즐거웠던 시간이 없어서 지금도 가슴 한 켠이 아린 기억.
뭘 해도 속 편하고 즐거웠던 것만 같은데 말이다.
지금 브리즈번에서 유학중인 친구는 나보고 병적이라고 한다.
아직도 호주 이야기면 눈에 불을 켜는 나를 보고 SJ 또한 심하다고 했다.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해, 하지만 그리운 걸 어떡해.
그 땐 몰랐는데, 난 그 곳을 너무 좋아했었다.
뭐랄까, 더 이상 호주는 외국같은 느낌이 아니다.
직항편으로 가도 열몇시간을 내내 날아가야 하는 먼 나라인데도, 내게 호주는 옆집같은 기분.
아마 평생에 다시 호주를 가게 될 날이 몇 번이나 올까.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날들.
지금 호주에 다시 가도 city를 신나게 헤집고 다닐 자신이 있으니까,
정말 일이년 안에 다시 꼭 가야겠다.
멜번이고 브리즈번이고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 고향은 역시 시드니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내 시드니만 구경해야지.
블루마운틴도 노노. 파라마타도 노노야.
달링하버, 록스, 서큘러키, 타운홀.. 아, 시티로도 충분히 벅차.
딱 열흘, 그도 안되면 사오일이라도 충분해.
한 번 다녀온 나라를 많은 돈을 들여 또 가는 것을 주변사람들은 어이없어 하겠지.
나도 가끔은 호주 갈 돈이면 유럽을 가는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니까.
하지만 유럽만큼의 벅찬 마음을 가져올 수 있을테니까, 몇년 안에 꼭, 다시 가고 말테다.
그동안 잘 있으렴, 나의 호주, 나의 시드니야!
+
2월 15일까지 대한항공에서 동남아/대양주 여행후기 공모전 진행.
동남아도 몇 곳 다녀는 왔지만 난 자신있는 대양주로 한 번 써봐야겠다.
귀찮다고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잘되서 공짜로 다녀오면 대박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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