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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p y r i g h t ⓒ J o a/이런저런 리뷰

[뮤지컬] 이 시대의 어머니를 위한 신나는 뮤지컬, 메노포즈

by Joa. 2010. 4. 6.


메노포즈
출연진: 혜은이, 홍지민, 이영자, 김현진
http://www.menopausekorea.com/

Joa의 40자평 | 웃고 즐기는 사이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중년여성을 위한 뮤지컬

지난 금요일은 사랑하는 엄마의 생신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엄마 생신선물은 따로 준비하지 않고, 엄마랑 두 딸이 손잡고 뮤지컬 보러가는 걸로 대신하고 있다. 엄마가 뮤지컬 보시는 것도, 딸들하고 데이트하는 것도 워낙 좋아하셔서.

올해는 <올슉업>과 <메노포즈> 중에 뭘 볼까 했는데 메노포즈가 중년 여성 사이에서 워낙 인기라고 하고 주변에 보고 온 셀디분들이 엄마랑 보러 가기 좋았다고 추천하셔서 메노포즈로 낙찰! 인기 뮤지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공연 일주일 전에 표를 구하려니 좋은 자리는 이미 다 나갔고... 다행히 앵콜공연이 생겨서 겨우겨우 표를 구했다. 몇 분마다 휙휙 빠지는 좌석을 보니 메노포즈의 인기를 알겠더라는. (아쉽지만 서울 공연은 끝났고 이제 대구, 대전 등 지방공연이 있습니다!)
어제 마지막 서울 공연은 혜은이, 홍지민, 이영자, 김현진의 쟁쟁한 출연진들이 나와서 더욱 좋았다. 공연을 예매하면서 가장 중심으로 본 것은 홍지민의 출연 여부가 1순위였고, 그 다음이 이영자였는데 다행히 두 배우 모두 출연하는 공연 티겟으로 구했다는.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중년여성들이여, 다시 태어나라!
 

일단 시놉시스는 4~50대가 되어버린 한물 간 배우(혜은이), 전업주부(이영자), 농장을 경영하는 웰빙주부(김현진), 커리어우먼(홍지민) 네 명이 백화점에서 만나 털어놓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이다. 그들의 공통적인 고민, 갱년기. (메노포즈가 바로 갱년기를 의미한다.)

이 뮤지컬을 중년여성인 우리의 어머니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녀들이 100%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딸들이 봐도 좋다. 분명 이 뮤지컬을 보고 나올 즈음엔 우리의 엄마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실제로 극중 배우와 비슷한 연령대인 엄마와 고모랑 같이 뮤지컬을 봤는데 두분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하고 즐거워하셔서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 )

친구와 이야기 중에 언제부턴가 엄마가 부쩍 우울해하시는 날이 잦아졌다고 대화를 나누면서 갱년기라서 그러신거 아닐까? 라고 한 적 있었다. 갱년기 여성들은 호르몬이나 뭐 여러가지 문제로 우울증도 오고 건망증이라거나 여러가지 변화가 있다고 한 말을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정말 얕은 지식 뿐이었고 여자라면 으레 다 겪을 일이라고 흘려버린 채 신경쓰질 않았는데 메노포즈를 보면서 엄마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보다 엄마와 사이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나도 엄마의 그런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엄마는 언제나 엄마라고 생각하고 늘 기대려고만 하고.. 엄마에 대해 좀 더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메노포즈는 그런 일들을 무겁지 않게, 조금은 과장되고 유쾌하게 그려내어 좋았다. 폐경이나 갱년기는 병이 아니고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당당한 여성으로 거듭나자는 스토리가 엄마에게는 공감가는 것이라 좋았다면,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조금은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완벽한 캐스팅이 더욱 빛나는 메노포즈
 

뮤지컬은 이야기 자체도 참 만족스러웠지만, 배우들의 캐스팅도 정말 좋았다. 특히 홍지민! 사실 드라마 <온에어>를 보기 전에는 그녀에 대해 잘 몰랐는데(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을 자주 보지도 않았고) 드라마를 통해 그녀의 이름을 알고 각종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그녀를 만나며 참 매력적인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무대에서 그녀를 만나니 정말! 정말! 그녀는 빛이 났다. 이렇게 말하면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하지만, 솔직히 그녀의 아우라에 다른 배우가 묻히는 느낌.. 폭발적인 가창력에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어서 어디에 있어도 그녀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그녀가 하는 뮤지컬은 무슨 수를 써서든 꼭 보고 말겠어! 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할 정도로.

그리고 또 반응이 좋았던 배우는 이영자였는데, 그녀 특유의 오버스러운 연기가 배역과 너무 잘 어울렸고 적절히 대사 속에 사생활을 녹여내어 사람들을 참 많이 웃게 했다. 사실 그녀는 등장만으로도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는.

사실 혜은이의 가창력이야 두 말하면 입 아프고 그녀 스스로가 가수였기에 한물 간 배우라는 설정하고도 참 잘어울렸지만, 뮤지컬의 노래와 가요는 다르다고 느꼈다. 무대에서는 가요를 부를 때와 달리 빛이 좀 안난다고 할까..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오히려 전문 뮤지컬 배우인 김현진의 가창력이 홍지민 다음으로 좋았다는.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소리 : )

어쨌든! 내가 본 공연이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덕분에 배우들의 애드립도 장난 아니었고 (특히 서세원 부부가 와서 극 중에 녹여낸 부분이나) 배우와 관객이 하나되는 느낌을 받은 멋진 뮤지컬이었다. 휴식시간에 홍지민의 애드립도 너무너무 좋았고!

두시간 넘는 공연 동안(여러가지 애드립 때문에 조금 길어졌다) 웃고 박수치고 신나하느라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 )
이제 서울 공연은 언제할지 모르겠지만, 지방공연이 있으니 기회가 닿는다면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엄마와 딸, 혹은 중년 부부에게 강추!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출처는 메노포즈 공식홈페이지입니다. 이 점 이용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