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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이 읽어야할 책! "엄마를 부탁해"

by Joa. 2009. 5. 13.
2008년 11월,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금도 여전히 올라있다. 벌써 55쇄가 나왔을 정도로 인기다. 사실은 2007년 겨울부터 이미 <창작과 비평>에 연재되어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자기개발서와 경영서적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요즘, 대체 무슨 책이길래 국내 소설이 이렇게 오랫동안 인기인 걸까?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해서 구구절절한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 스토리 전개가 어떻니, 문체가 어떻니, 그런 말을 늘어놓기보다 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정말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작 282페이지일 뿐인데 모두 읽는데 세시간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펴고 한 장도 채 못넘겨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세네장 읽었을 때는 이미 펑펑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 읽는 내내 한 번도 쉬지않고 울었던 덕분에 지금은 머리가 다 아프다. 물론 내가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의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이 든 엄마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고 그 엄마를 찾는 과정을 그리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실종된 엄마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엄마의 소중함과 엄마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에겐 여자도, 아내도, 그냥 사람도 아닌 언제나 '엄마'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고 생각하고 사는 걸까?

엄마가 우리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엄마 상황에서 그렇다고 쳐. 그런데 우리까지도 어떻게 엄마를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으로 여기며 지냈을까. 내가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내 꿈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나의 소녀시절을, 나의 처녀시절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261쪽)

똑똑한 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 마치 자신의 인생처럼 희생하고 살아가는 둘째딸을 못내 아쉬워했던 엄마가 있었다. 하지만, 그 둘째딸은 자신의 엄마처럼은 될 수 없을 거라며 엄마에 대한 존경과 잘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한다. 그녀의 편지 속 독백은 비단 그녀만의 것은 아니리라.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읽었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반성을 했고, 마찬가지로 한참을 울었다. 그랬지만 결코 엄마를 부탁해만큼 이렇지는 않았다. 그동안 내가 엄마에게 했던 모든 행동에 대한 반성, 그리고 결심, 먹먹해서 가눌 길 없는 마음.

엄마라는 말에는 친근감만이 아니라 나 좀 돌봐줘,라는 호소가 배어 있다. 혼만 내지 말고 머리를 쓰다듬어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편이 되어줘,라는. 너는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금까지도. 엄마라고 부를 때의 너의 마음에는 엄마가 건강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었다. 엄마는 힘이 세다고, 엄마는 무엇이든 거칠 게 없으며 엄마는 이 도시에서 네가 무언가에 좌절을 겪을 때마다 수화기 저편에 있는 존재라고.
(27쪽)

엄마도 결국은 여자인데, 난 엄마는 마치 슈퍼우먼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내가 자라는 동안 언제나 엄마는 무적같은 힘을 보여주었으니까.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엔 늘 따뜻한 밥을 챙겨주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반질반질 집을 닦고 옷을 빨고 개키고 그랬던 모든 일들을 척척 해내었으니까. 요즘 들어 다 큰 딸들에게 그런 일을 부탁하면 나는 얼마나 귀찮아했던가. 집안일은 당연히 엄마가 해야하는 것으로, 그건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해왔던 거다. 대체 내가 뭐라고. 고백하건데, 돈 조금 번다고 생활비니 용돈이니 하는 명목으로 적은 돈을 드리면서도 가끔씩은 내가 대단한 일이라도 했다는 듯 생각할 때도 있었다. 알게 모르게 나는 엄마에게는 늘 받아야한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나이 먹는 것만 알고, 엄마도 같이 나이를 먹는다는 걸 몰랐다. 엄마도 지치고 힘들 수 있다는 걸... 그렇게 늘 받기만 하면서.. 잊고 지냈다.
 
이 책을 읽은 건 그래서 감사하다. 이 책으로 하여금 엄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못해왔는지 되짚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면 난 또 당연하다는 듯 소설 속의 그들처럼 엄마를 잊고 지냈겠지.

엄마라는 존재에 무뎌진.. 가족이라는 존재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엄마,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말로 다 못할 정도로.. 사랑합니다.

엄마를 부탁해 - 10점
신경숙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