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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끔은 조용한 극장에서 예술영화의 감동을 만끽해보자, 광화문 씨네큐브와 스폰지하우스

by Joa. 2009. 1. 19.
슬프게도 2009년 여름, 씨네큐브를 운영하던 백두대간은 흥국생명빌딩과의 계약 문제로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기존의 관람문화를 그대로 가져간 씨네큐브는 여전히 운영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과거의 분위기가 사라진 느낌입니다.
백두대간은 대신 이화여대 교내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폰지하우스는 중앙이 2009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계약 종료로 문을 닫았고, 압구정도 2009년에 닫았기 때문에 이제 광화문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고 포스팅 읽어주세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포스팅은 이 글을 참고 바랍니다.


2009년 1월 16일 금요일에는 전국적으로 큰 눈이 내렸다.
정말 슬프게도, 이제는 더 이상 펑펑 내리는 눈을 그저 깡총깡총 좋아만 하지 못한다.
눈이 내리면 시작될 교통체증, 얼어붙은 길에 미끄러질까 총총 걸음을 걸어야할 출근길, 눈이 녹은 뒤 질척질척해질 길에 행여나 더러워질지 모를 옷..
그런 것들을 걱정하면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 나를 보면 '나이 먹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이 내리면 어딘가 가슴이 설레어온다.
지난 금요일도 그랬다.

눈이 내린 덕분에, 예정에 없던 데이트 약속을 급하게 잡았다.
조금 남은 일거리를 월요일로 미뤄두고(죄송합니다!) 부랴부랴 광화문으로 향했다.

요즘 영화관은 대부분 멀티플렉스다.
다양한 영화의 선택권, 곳곳의 유흥거리, 큰 화면, 빵빵 터지는 사운드, 영화의 재미를 돋우는(가끔은 해치는) 팝콘과 콜라, 함께 웃고 우는 많은 사람들..
멀티플렉스는 재밌다.
하지만, 그래서 분명 아쉽기도 하다.

눈이 내렸던 금요일은 조용한 영화가 보고 싶었다.
조용한 영화관에서 잔잔한 영화를 보면서 눈 내린 그 날 기분을 한껏 만끽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국내에는 아직 그런 극장들이 존재한다.
멀티플렉스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주는 고마운 극장들.

먼저 금요일에 찾았던 광화문 씨네큐브를 소개한다.

출처: 씨네큐브 홈페이지

해머링맨이 눈에 들어오는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지하 2층에서 씨네큐브를 만날 수 있다.

출처: 씨네큐브 홈페이지

씨네큐브의 장점은 뛰어난 접근성과 편의성이다. 광화문에 위치하고 있고, 역에서도 5분여 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버스도 많이 다닌다.
그리고 주변에 교보문고, 청계천 등 볼 거리 쉴 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또, 흥국생명 빌딩 안에만해도 '세븐스프링스', '토니로마스'를 포함해 'GS25' 같은 편의점과 '라바짜' 커피전문점, 중국음식점 등 먹을 거리도 풍부하다.

나도 회사를 마치고 바로 광화문 씨네큐브에 와서 8시 30분 <굿바이 칠드런> 표를 끊어두고,
토니로마스에서 립&스테이크와 케이준 치킨샐러드, 라임스트로베리 쥬스를 시켜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바로 영화를 보러 갔는데- 한 건물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참 편했다.
지금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맛있는 이벤트를 진행중이어서 영화표를 구입하면 세븐스프링스, 토니로마스, 정동 어반가든 등에서 한가지 메뉴를 공짜로 즐길 수 있다.
나는 이 걸 그만 깜박해서 전부 제 돈내고 먹었지만, 만약 씨네큐브에 간다면 꼭 이용하시길!

씨네큐브의 좌석은 77석 정도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영화관의 장점은 그래서 영화가 온전히 내 것 같다는 것이다. 완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참 좋다.
영화가 끝난 뒤, 다음 상영 시간표에 쫓겨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가기도 전에 불을 켜버리는 멀티플렉스와 다르게(요즘은 불 안켜는 곳도 많지만)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불을 켜지 않음으로써 영화의 감동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씨네큐브의 설명에 따르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약 2분여는 마법의 시간이라고 한다.
이번에 내가 본 영화가 좋아서였을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그 2분동안 왜인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출처: 스폰지하우스 홈페이지

씨네큐브 외에도 스폰지하우스가 있는데 스폰지하우스는 압구정, 중앙(명동/ 남산 근처), 광화문 3군데가 있다.
그래서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장점인데, 명동은 예전 중앙시네마가 이름을 바꾼 것이라서 그냥 '작은 극장'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압구정은 내가 찾던 극장 분위기였는데, 80석 정도의 좌석 수에 한켠에서는 표와 커피를 함께 판다.
너무 작아서 극장같지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덜 다듬어진 극장같은 느낌.
참고로 지금 압구정 스폰지하우스에서는 미셀공드리 특별전을 하고 있다.

이 두 극장들은 예술영화-의 정의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를 주로 상영한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상업영화와 대비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작지만 빛나는 영화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접하지 않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분명 재미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감동이 있다.

가끔씩은 이러한 극장들에서 영화의 감동에 푸욱- 젖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쓸쓸한 겨울이라면 더더욱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