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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h i n k a b o u t/Web&Mobile

미투데이 종료,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미투데이

by Joa. 2013. 11. 19.


국내 유일의 마이크로블로그(미처 자리잡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용어같지만), 아니 유일한 SNS라고 봐도 좋았을 미투데이였다. 2007년 2월 말, 문을 열어 2008년 말에 NHN에 인수되었단 소식이 흘러나왔고 2014년 6월에 종료를 앞둔 서비스.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이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왔던 서비스가 결국 접는다.


종료 소식이 흘러나오고  '응답하라 미투데이' 기사가 떴다. "나 미투 좀 썼습니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앤디신님의 기사였는데, 2008년 11월 가입 당시 31000번대 가입자였다고 한다. 나는 그보다 조금 이른 2008년 4월 1일 가입자이니 3만번 안쪽에 들게다. 초기 사용자로 지금까지 쭉 써온 덕분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트위터보다 페북보다 더 애정 가지고 열심히 사용해 왔기 때문인가.. 종료 소식이 이렇게 아쉬운 서비스는 미투데이가 처음이다. (아마 싸이월드가 접는다면 이런 기분이 또 들겠지만)


그간 미투에 남긴 글이 2,800여개. 내가 먹고 가고 즐긴 이야기들도 많이 남겼지만, 그보다 미투데이에는 혼잣말을 많이 썼더랬다. 페북이나 트위터에는 미처 남길 수 없는 속 얘기도 미투데이에는 털어놓을 수 있었다. 미투데이는 지인 네트워크와는 조금 거리가 있고, 보려면 언제든 볼 수 있지만 퍼블릭한 공간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익명과 익명인 서로가 만나 서로를 보듬어주는 따뜻함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미투데이가 네이버에 인수되었을 때부터 사실 내키지 않았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선 분명 득이될 선택이었겠지만, 잘 사용하던 유저에게는 앞으로 미투데이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였으니까. 매니악한 미투데이로 살아남아주길 바랐는데, 역시 현실에선 어려운 일이었겠지.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투입되고 지드래곤을 위시한 스타마케팅이 줄곧 이어지면서 지표는 크게 상승했을 테지만, 위에서 말했던 유저 사이의 정이나 끈끈함은 점점 약해졌다. 애정을 가지고 잘 쓰던 유저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도 최근 일년 동안은 페북을 더 자주 찾았으니.. 그리고 결국 사업성 부족으로 미투데이가 종료된다. 네이버에 인수되지 않았더라면 더 빨리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투데이를 사랑하는 사용자들은 아직 많았다. 적어도 내 미친 사이에서는. (내 미친 비율이 미투데이 초기에 밀집된 탓일지도 모르지만) 종료 소식 이후, 아쉬움의 포스팅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그러던 중, 미투데이 개발자로 처음부터 일했던 탑레이님은 '미투데이 2007' 이라는 이름으로 미투데이 백업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했고 관심있는 사람들의 미투를 받았는데 무려 700개가 훨씬 넘었다. 그리고 결국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미투포스팅과 미투 숫자, 사진과 댓글 모두가 2007년 미투데이 디자인에 맞추어 보여지는 웹 서비스. 서비스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텀블벅을 통해 사용자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어제 후원 소식이 올라오자 마자 5시간 만에 목표금액인 300만원을 달성했고, 지금은 460만원으로 초과한 상태. 12월 13일까지 후원은 계속된다. 그리고 새로운 글 포스팅도 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단다. 


국내 서비스 중,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다른 서비스가 만들어진 사례가 있었던가. (외국에는 있으려나?) 만약 이 서비스가 단순 백업을 넘어 새로운 포스팅까지 지원한다면 우리들의 미투데이는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정말 미투데이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2008년, 미투데이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던 소소하고 알콩달콩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 (이런걸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개발자들은 정말 멋있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작은 금액이지만 후원에 참여했다 :)


미투데이 2007을 알리는 포스팅에 누군가 단 댓글처럼,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개발자들이 모여 그걸 추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는 유저들을 보면 미투데이는 어떤 의미로 크게 성공한 서비스가 분명할지도..



미투데이가 종료된다고 허탈했던, 아쉬웠던 내 마음은 미투데이 2007로 사라진 모양이다. 새로운 미투데이를 기다리고 응원한다. 설령 새로운 포스팅 지원이 되지 않더라도, 마무리가 참 아름다웠던 서비스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친구 신청은 먼저 하지 않고, 오는 신청도 나름 까다로운 기준으로(인삿말에 성의가 있나, 미투데이를 원래 잘 쓰는가.. 그런걸 나름 체크하곤 했다;) 수락했던 덕분에 100명도 채 넘지 않는 미친들이 있었지만, 언제나 내게 위로가 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던 미친들에게도 이 기회를 빌어 감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