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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o p y r i g h t ⓒ J o a/이런저런 리뷰

[영화]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불편하지 않은 영화, <풍산개>

by Joa. 2011. 8. 15.
풍산개 (2011)
드라마  | 한국  | 121 분 | 개봉 2011-06-23 | www.phungsan.co.kr
감독 전재홍 | 제작 김기덕

Joa의 40자평 | 분단에 대한 사회이슈를 날카롭게 던지면서도 멜로와 잘 섞어내어 부담스럽지 않다

평소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그닥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 몇 편 보지 않았다.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아니지만,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영화이기에 사실상 내 관심 밖의 영화였다. 하지만, 주변에 보고 온 사람들이 김기덕 작품 답지않게 대중적이고 의외로 괜찮았다고 하길래 결국 궁금증을 못참고 보게 되었다.


영화의 소재는 나름 독특하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3시간, 휴전선을 넘어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소원을 풀어주는 풍산개라는 베일에 쌓인 남자가 있다. 서로의 유품을 전달해주거나 디지털카메라에 영상을 찍어 보여주거나 하는 소원풀이에서 어느 순간 휴전선을 넘어 아이를 남한으로 데려오는가 했더니, 성인 여자를 남한으로 데려오라는 초유의 미션을 받게 되는데! 휴전선을 장대 높이 뛰기로 넘어야 하고 강을 넘을 때는 전라 상태에서 진흙을 바르고 겨우겨우 넘어야 하는 아슬아슬한 이동을 성인 여자와 함께 한다? 위험천만한 이 미션을 심지어 국정원으로부터 받게 되고,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풍산개


이 영화는 강을 넘는 장면에서 전라 상태로 그려지기 때문에(실제로는 상반신 노출에 진흙을 바른 상태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을 강조해서 홍보하기도 했는데, 그리 신경쓰이는 장면이 아니었다. 이 장면으로부터 촉발된(!) 전개도 있기는 하지만, 굳이 이 부분으로 홍보했다는 게 너무 상업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달까.


풍산개


감독부터 연출진, 모든 배우까지 노 개런티로 촬영해서 구미를 더 당겼던 영화. 김민선이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한 김규리와 윤계상이 주연으로 나왔는데, 이 영화는 정말 윤계상의 재발견이었다. 그나마 김규리는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우리에게 배우란 이름이 친숙한 편이지만, 아직 내게 윤계상은 가수의 이미지가 훨씬 강한데 말 한마디 없이 눈빛과 몸짓으로 표현해야하는 '풍산개'라는 캐릭터를 윤계상은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그려냈다는 느낌이었다. 김규리의 연기도 물론 나쁘지 않았지만, 윤계상에게 묻힌 느낌. 그만큼 뛰어났더랬지.


풍산개


독특한 소재에 이어 지하실 씬에서 그려낸 국정원과 간첩의 대치 상황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또한 풍산개의 고문장면에서 "너의 소속은 어디냐"라고 끊임없이 물어대는 국정원 사람들이나 간첩들의 모습에서는 어딘가에 소속되는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라고 우리의 씁쓸한 현실과 맞물려 반문하게 한다. 이런 사회적 이슈나 상황을 영화는 가장 큰 핵심으로 잡고,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지만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버무려지면서 영화는 대중성을 갖게됐다. 무거운 느낌 없이 독특한 소재와 함께 두루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달까. 비록, 세시간만에 사랑에 빠진다는 상황이 다소 억지스러운 감은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역시 뭔가 씁쓸하게 뒷맛이 감도는 것이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김기덕 영화의 힘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지만, 무겁지 않고 마냥 씁쓸하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구분되는 영화였다. 적당한 유머도 갖추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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