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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입시와 취업에 지친 당신에게 바친다, "퀴즈쇼"

by Joa. 2009. 12. 7.
공식블로그: http://blog.daum.net/09quizshow
공연일정: 2009.12.06~2010.01.02
공연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 토.일요일 오후 3시, 7시 30분
(단, 12/25 오후 3시, 7시30분 -2회공연 , 1/1 오후 5시 -1회공연)
■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 티켓가격: R석 6만원, S석 5만원, A석 4만원
■ 출연진: 이율 , 전나혜 , 성기윤 , 한성식, 방정식 , 진수현, 김호영, 김기창 , 민정기 , 유승현 , 박도영 , 이은영, 이창완
■ 조기예매할인 20% : 공연 초반기간 전석할인
- 할인기간 : 12/6~12/13 공연에 한해
■ 학생할인 : 초.중.고 대학생에 한해 S석 30%,A석 50%
(본인 한함, 학생증 미 지참시 현장에서 현금차액지불)
■ 예술의전당 회원할인- 골드: 20% 블루 :15%
■ 패키지 : R석 패키지 - 헤어스프레이(8만원)+ 퀴즈쇼(6만원)=10만원/ S석 패키지 - 헤어스프레이(6만원)+퀴즈쇼(5만원)=8만원

티스토리에서 뮤지컬 <퀴즈쇼> 초대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공지를 보자마자! 아!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가을부터 뮤지컬 보고 싶으시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기도 했고 전에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어서 알고 있던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니 어느 정도 믿음도 갔다. 비록 <퀴즈쇼>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말이다. 당첨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발표일만 기다렸는데, 신나게도 당첨되어서 지난 일요일, 팀장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예술의 전당으로 고고싱!


이번 이벤트는 사실 본 공연이 아니라 최종 리허설로, 올림푸스 문화출사와 다음, 티스토리, 그리고 각 여러 카페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관람하는 공연이었다. 출사 이벤트가 있었던 올림푸스 유저들은 2층에서 공연 내내 사진촬영이 가능했는데, 1층에 초대 받은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촬영할 수 없어서 아쉽다. 키스신에서의 셔터소리란- 하핫.


공연 시작 전 뮤지컬 배우 김호영 씨가 나와서 간단한 안내를 해주었는데, 내 뒷자리 앉은 분이 김호영 씨를 알아보고 꺅꺅! 하시는 걸 보니 유명하신 분인가 보다. 말씀하시는 게 워낙 재미있으셔서 인상 깊었다. 그리고 연출가이신 박칼린 씨도 퀴즈쇼가 탄생하게 된 배경 및 여러 이야기를 해주셔서 처음부터 기대 만발! 그리고 곧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 뮤지컬에 대해 한 마디로 평가하라면 결코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초대 이벤트로 보고 왔으니 좋은 평을 해야 마땅 하련만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은 스토리가 허술하거나 배우들의 연기, 노래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오빠가 돌아왔다>, <빛의 제국> 등 좋은 이야기를 써낸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니 스토리는 탄탄할 게다. 장편소설을 세 시간의 뮤지컬로 풀어내는 데에서 짜임새가 부족했을 수는 있겠지만, 원작을 읽지 않은 내가 그를 논할 자격도 못될뿐더러 원작이 궁금해졌으면 궁금해졌지, 뭔가 엉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뮤지컬을 많이 보지 않은 초보 관객이라 그럴지 모르나 주인공 이민수 역의 이율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무척 빼어났다. 하지만, 심지어 엄마는 다소 지루했다고 했을 만큼 재미있는 뮤지컬은 아닌데, 왜냐하면 퀴즈쇼의 내용이 흔히 사람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미디도 아니요, 멜로가 아닌 던지려는 메시지가 분명한 다소 사회비판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극 중 로맨스도 있고~ 재미를 주는 캐릭터도 있어 너무 무겁거나 지루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명문대 대학원생으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란 이민수는 자신을 키워주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천애 고아가 된다. 그런데 자신의 풍족했던 생활이 사실 할머니가 여기저기서 꾸어온 빚으로 지탱해 온 것임을 알게 됨과 동시에 빚더미에 올라앉아 수중에 몇 십만 원 밖에 남지 않은 비참한 생활을 맞게 된다. 고시원에 들어가 취업을 준비하던 이민수는 녹록치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그러던 중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이춘성에게 스카우트되어 퀴즈회사라는 곳에 입사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간다는 이야기.

1막에서는 이민수의 현실을 그리고, 2막에서는 퀴즈회사에 입사한 이민수의 퀴즈쇼 출전기가 그려지는데 퀴즈회사와 퀴즈쇼라는 특이한 설정은 뭔가 판타지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음악이나 의상, 무대 등도 2막에서는 좀 더 화려하며 새롭게 구성되어 연출자 박칼린 씨의 말대로 1막과 2막의 분위기는 판이하다. 이런 독특한 구성과 1막에서 이민수가 카페에 접속했을 때의 화면 등을 스크린에 빔으로 쏘듯이 보여주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위에서 엄마는 심지어 지루했다고 했고 나 역시도 재미있는 뮤지컬은 아니다! 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 뮤지컬이 좋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주인공 이민수가 나와 동시대를 산 젊은이로 그려지다 보니(그는 83년생이고 나는 빠른 84년생이다.) 내가 입시를 준비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는 이해찬 세대라며 자격증 없으면 대학도 못 갈 것처럼 난리였고, 대학 졸업반이 되었을 때는 88만원 세대라며 토익 고득점에 어학연수에 다양한 사회 경험은 기본으로 갖추었으나 결국은 비정규직밖에 할 게 없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댔던 우리. 이민수가 극 중에서 보여 준 여러 이야기는 나 역시 겪고 느꼈던 것들이라 <퀴즈쇼>가 던져주는 메시지들이 나에겐 너무 공감 갔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일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입시생, 취업준비생, 이삼십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게다. 그래서 나는 입시와 취업에 지친 당신들에게 이 뮤지컬을 추천하고 싶다.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뮤지컬은 아니지만, 이민수에게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그를 지켜보며 세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한 뼘 자란 주인공처럼 우리도 우리를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P.S) 협찬을 한 Daum은 극 중 이민수가 접속하는 포털로 나오는데, 다음의 다양한 서비스를 배경으로 노래 부르는 배우들이 다음 로고 색상에 맞춘 타이를 매어 뭔가 섬세하고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