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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격자와 비교하지마! <거북이 달린다>

by Joa. 2009. 7. 13.
거북이 달린다 (2009)
한국 | 드라마 | 117분 | http://www.run2009.co.kr
감독 이연우

Joa의 40자평 | 추격자랑 비교하면 섭섭하다. 유쾌상쾌통쾌! 간만에 참 괜찮은 영화를 만났다

김윤석씨가 영화를 찍으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촬영과정과 함께 담담히 덧붙였던 조금 특이한 예고편을 보고서 저런 식으로도 예고편을 만들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영화가 끌리지는 않았다.
김윤석이라는 배우, 그리고 탈주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이야기.
어느 모로 뜯어봐도 추격자의 아류같은 느낌이 솔솔 풍기니, 송강호의 뒤를 잇는 남자배우로 일컬어는 김윤석씨의 선택이 의문스러웠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영화 참 괜찮더라! 라면서 호평을 자꾸 늘어놓아서 한 번 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보게 된 영화, <거북이 달린다>



충남 예산의 조형사는 아내가 만화방일과 양말 부업을 통해서 벌어온 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시골 형사.(궁금한 게 정말 경찰들은 돈을 못 벌까? 주변의 경찰친구들 보면 그렇게까지 궁핍하진 않던데 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늘 가난한 모습을 그리는 걸까.) 동네 경찰이 총동원되어 치르는 대규모 소싸움 축제에서 특출난 감으로 우승소를 맞추고, 아내의 쌈짓돈을 걸었다가 무려 6배 대박이 난다. 기세등등하게 돈을 들고 금의환향 하려는 그 앞에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가 나타나 그의 돈도 뺏고 형사로서의 자존심도 뭉개버린다. 그래서 시작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 영화,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재밌다.
쫓고 쫓기는 스토리도 짜임새 있게 흘러가고 배우들 연기는 하나 같이 감칠맛 난다. 김윤석씨야 추격자로 연기력 인정받고 확 뜬 배우라지만 어린 아이, 어른, 주연, 조연 가릴 것 없이 다들 연기를 참 잘했다. 독특한 캐릭터도 잘 살렸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도 자연스럽다. 영화는 두시간이라는 제법 긴 러닝타임인데도 쉼 없이 흘러간다.
게다가 대사는 또 어떻고! 이 영화를 사람들이 코미디라고 하기도 하던데 이유가 있었다. 진지하다가도 팡팡 터뜨리는 웃음코드들. 대사며 상황이며 영화를 너무 무겁지 않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사실 정경호라는 배우는 미사에서 처음 보고 이후에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봤지만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탈주범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멋있게 나오던지. 생각보다 탄탄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 캐릭터가 전반적으로 잘 살아있는 영화인데 조금 흠이라고 할만한 걸 짚어보라면 선우선씨가 정경호씨에게 '오빠'라고 불렀다는 것 정도? 내조의 여왕 드라마 찍기 전에 선우선에 대해 사람들이 모르는 상태였더라면 몰랐겠지만, 그녀가 아무리 동안이라도 나이가 다 공개된 마당에 몇 살이나 어린 배우에게 오빠라니 너무 어색했단 말이지.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보니 빠질 수 없는 게 사투리인데, 아이들이 너무 구수하게 사투리를 써서 깜짝 놀랐다. 아부지, 아부지 할 때마다 얼마나 귀엽던지. 특히 이 아이말고 막내로 나온 여자아이 마저 사투리로 이야기할 때는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더라.

나는 이 영화가 <추격자>나 <과속스캔들>같은 영화와 비교되기를 거부한다. <거북이 달린다>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소재가 추격자와 비슷하고, 가볍게 던지는 코믹한 상황들이 과속스캔들과 닮았다고는 하지만, 제 2의 무엇이 되기엔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졌다. 추격자만큼 진지하고 무겁고 긴장감으로 넘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탈주범을 쫓는 과정은 긴박하다. 그 와중에 코믹요소를 얹어서 추격자를 보면서 들었던 어딘가 불편한 기분을 말끔히 해소해 준다.

트랜스포머의 힘에 밀리면서도 꿋꿋이 인기를 얻고 있는 거북이 달린다가 좀 더 선전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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