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보게 된 영화 천연 꼬꼬댁.
내용을 종잡을 수 없는 제목이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 시골틱하다는 것이다.
(국내 개봉 제목은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그리고 과연 영화는 총천연의 색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시골에의 동경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소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1인칭 시점의 영화의 주인공은 소요를 포함해 7명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후에는 고등학생까지 올라가지만) 일곱아이가 전교생인 작은 시골마을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분류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성장 영화라고 해두어도 될 듯 싶다.
한참을 걸으면 바다를 볼 수 있고 띄엄띄엄 놓여진 집 사이마다는 농사가 한창이고,
그 각 아이는 시골마을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정의 아이들이다.
이를테면 삿짱네 집은 사유리라는 식당을, 앗짱네 집은 이발소를 운영한다.
소요는 제일 맏언니이지만 중학교 한 학급에 여자아이 셋이 올망졸망 수업을 같이 듣기에 언니라기보단 친구사이 같고, 초등학교 학급의 세 아이에게는 친언니와 다름 없다.
원래 이 마을에 살고 있던 이 여섯아이는 가족이나 다름 없는 끈끈한 애정 속에서 지낸다.
그랬던 작은 마을에 오오사와라는 도쿄에서 전학온 잘생긴 남자아이가 이사오면서 아이들은 설레임에 차오른다.
흔히 시골에 놀러온 도쿄아이라면 못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순박한 시골아이와 대조를 이루지만, 이 영화에서는 홀로 학교를 다녔던 코타로의 형으로, 모두의 오빠로 사이 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같이 놀러간 여름의 바닷가에 돌아오는 길- 예전에 누군가 자살했기에 아무도 다니지 않았던 그 길로 오오사와는 굳이 혼자 가겠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소요와 오오사와 단 둘이 이 길을 돌아오게 되는데, 여기서 그들의 러브라인이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영화 초반부에 내내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오오사와가 기습키스를 강행함으로써 드디어 빛을 보인 것!
게다가 귀신이 나온다며 무섭다 했던 소요 역시 오오사와와 함께 걷기 위해 그 길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이미 감지되었다.
하지만, 늘 맏이로서 아직 오줌을 가리지못하는 삿짱을 챙기던 소요가 그 여름날, 오오사와와 단 둘이 걷기를 택했고 물론 그 것만이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삿짱이 방광염에 걸려 소요는 미안함에 데이트도 거절하고 삿짱네 집을 찾는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만큼 끈끈한 애정이 어딜 가겠는가?
삿짱은 병문안 온 소요에게 안기고- 이 마을에서 유행하는 예뻐지는 비법!을 직접 해주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한다.
개인적으로 삿짱이 "소요짱" 하고 부르며 소요에게 달려들어 안겼을 때, 수박을 문질러주었을 때의 공기가 무척 예뻤다.
그리고 이어지는 투닥투닥한 마을 이야기들이 계속된다.
함께 간 마을의 축제 에피소드는 우리가 흔히 놓칠 법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가끔 너무 친하고 편한 사람들에게는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도 실수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우리를 위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버럭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베스트프랜드에게 장난으로 컴플렉스를 놀리기도 하는..
이러한 일들을 소요 역시 너무 가족같이 생각하고 친하게 생각한 나머지 본의 아니게 앗짱에게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정말 '친함'을 넘어서는 사이에는 어떤 일도 금세 투명하게 만들어버리는 마법이 있어서-
소요의 엉엉 우는 모습에 모두 자연스럽게 감싸 안아준다.
그리고 찾아온 발렌타인데이.
동년배의 남자라곤 없었던 이 마을에서 설레는 여자아이들이 초콜렛을 줄 상대는 기껏해야 선생님과 할아버지 정도였는데, 올해는 두근두근 오오사와가 왔지만 이미 소요와 러브러브 라는 것을 알아버려 상심한 친구들-
하지만, 소요는 아직은 사랑보다 우정이 먼저인 거다.
다같이 오오사와에게 초콜렛을 주기로 하고, 들뜬 아이들이 케이크며 쿠키를 구울 때-
소요는 동생 코타로와 오오사와에게 똑같이 파이프 초콜렛을 건네는데 예상 밖으로 친구들도 코타로 것까지 준비를 해왔다.
이들에게는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감정보다는 가족애라는 게 먼저라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장면.
절대 쉽게 고른 것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막 고른 것 같은 초콜렛을 준 소요의 우울한 마음을 코타로는 대신 풀어준다.
오오사와의 어머니가 만든 초콜렛이 소요의 아버지에게서 코타로로, 그리고 다시 오오사와에게 전해진 것.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코타로의 누나에 대한 마음씀, 그걸 이해하고 웃을 줄 아는 오오사와.
이 아이들이 어찌 안 예뻐보일 수 있으랴!
그리고 도쿄.
오오사와가 살던 곳을 가보고 싶다고 수학여행지를 도쿄로 가자던 소요의 의견을 받아들여 도쿄로 오게된 소요네 학년(아마도 이땐 3학년)
사람이 많고 정신 없는 대도시에 적응할 수 없었던 소요는 빈혈로 쓰러지고
오랜만에 도쿄 친구를 만난 오오사와의 활발한 모습이 어색하기까지 한데
그러던 중, 빽빽히 들어선 빌딩숲이 나무숲과 같다는 것을 - 도시에서도 산울림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 소요는 굉장히 예뻤고, 화면 역시 감각적이라 눈에 더 들어왔다.
고등학교는 도쿄로 진학하려던 오오사와는 소요의 모리고까지 함께 걸어달라는 말에 마음을 돌려 함께 모리고에 진학한다.
멋쟁이 오오사와에게는 빡빡 머리가 싫을 법도 했고, 도쿄의 친구들도 그리웠지만,
그보다는 이미 정이 담뿍 들어버린 소요와 아이들이 더 소중했나보다.
모리고에 진학한 오오사와와 소요가 학교로 돌아와 파티를 벌이는 장면으로 천연 꼬꼬댁은 마무리된다.
영화의 시작에 비해 한결 예뻐진 소요는, 내 마음이 그들의 따뜻함에 동화되어 애정을 실어주었기 때문일까?
천연 꼬꼬댁은 간만에 마음 푸근하게 본 일본영화였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듦과 동시에 '만약 이것이 한국 영화라면?'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시골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면, 과연 사람들은 그 영화를 얼마나 볼 것이며,
나는 이렇게 푸근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그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단지 일본영화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그들의 서정성과 익숙한 듯 조금 다른 화면에 빠져 이 영화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후에 한국에서도 이러한 영화를 만난다면 그 때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아, 이미 있을 수도;)
나도 언젠가 저런 시골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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